오늘은시간이꽤많아

생각도 꽤 많아

by 무구의식

1

담배를 왜 안피웠나 문득 그 생각을 하다,

흡연자로 살면 스스로를 얼마나 괴롭혔겠나, 피식 웃음이 났어.

안 피운 이유가 다 있어.


무언가가 인생에 추가되는 것,

관리할 일이 는다는 건, 생각만으로 피로감을 줘.

에너지를 써야하는 것이 늘어나는 일은 무조건 발부터 뺐지.


인생을 최대한으로 축소시키고만 싶었어.

미니멀 라이프에 끌렸고, 가진 물건이든, 관계든,

거기서 더 확장시키고 싶지 않았어, 이미 너무 충분했어.

늘 과하게 넘쳐나는 일상이 반복됐거든. 빼는 것 없이 추가만 되는 게 버거웠겠지.


의식적으로 많이 많이 쳐내고 퍼버리고 잘라버리고 끊어버렸지.

물건도 옷도 가진 것을 정말 정말 많이 버리고, 버리고, 몇 차례에 몇 년에 거쳐.

휴대폰의 번호도. 지우고, 지우고, 헌데 얼굴만 숨고 꼬리는 밖으로 비죽 나와있던 걸 모르고, 잘 숨었다, 생각했던걸까.


좋아하는 사람한테 전화가 와, 어느날 문득 불연듯이 전화가.

그럼 너무 좋은 거야,

하루종일 충만하고.


인간이 정말 싫었어, 지긋지긋하고, 이기적인 존재들.

그럴 때 한 개인으로 사람을 보지 못하는 거더라. 악한 면만 모아놓은 인간 덩어리로 정의를 내린거지. 내가 내린 정의가 싫었던거고. 그 덩어리 중 한 조각 한 조각으로 얇게 저며 썰어내면 내가 좋아하는 존재들이 있어.


내가, 사람을 참 좋아하더라, 참 어이없게도,

사람들이 잘한다고 해주는 것도 좋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것도 좋고,

연결돼 있는 느낌을 갖는게,

좋아, 그게.


다들 왜 저러나, 싶어, 사람들에게 날카롭게 굴다가,

또 어떤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몽글해지면,

모르는 사람에게도 가서 말이 걸고 싶어져,

가끔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뵈는 할머니한테 인사를 해,

제주도 할머니들, 정말 무뚝뚝한 눈빛으로 있어, 인사에 얼마나 수줍어하고 내 할머니같은 눈빛으로 변하는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 모습에 내 마음이 풀려, 사랑이야.


왜 어떤 사람은 좋고

어떤 사람은 별로일까


왜 어떤 사람에게 전화가 오면 기분이 좋고

어떤 사람의 전화는 괜히 받았다 싶을까


왜 어떤 사람은 대화만으로도 힘을 얻는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은 불편해 그만 대화하고 싶을까


내가 좋다는데 어떤 사람은 너가 내가 좋다니 살맛이 다 나네, 이렇게 충만해지는데

어떤 사람은 부담스러워, 숨어버리고 싶을까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주변에 두고 싶지 않아,

누군 좋고 누군 싫고,

그거 그런 마음 당연한건데

왜 그러면 안되나, 내가 나쁘게 느껴지는 걸까

뭐 잘못한 것 처럼 느껴질까,

좋은 사람들만 곁에 두고 싶어,


욕심부리고 싶어!




2

새로운 인간 존재들이 인생에 추가됐어,

그런데 이 존재들,

편해, 적당해, 거기에서 종종 힘을 얻어.


에니어그램은 1 내가 이러고 살았구나, 알아줘서 위안이 돼. 2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세상에 있어, 생각보다 많아, 어디서 이렇게 나처럼 슬퍼했다 기뻐했다, 나만 힘든가, 하는 사람이 있어, 위안이 돼. 3 그러다 내가 이렇게 산 게, 내가 자란 성장배경 때문도, 내가 무얼 잘못해서도 아닌란 걸 알게 돼서 위안이 돼, 난 그저 이렇게 태어난 걸 모르고 산거야, 어떤 정형화된 이미지에 맞춰 보려고 애쓰면서 살았지, 어떤 건 내가 진짜 못하는 일도 있어, 그게 맞아, 거기에서 정체돼서 계속 부딪히며 스스로 괴롭혀 보는거야, 나만 왜 안될까, 나만 왜 이럴까, 내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줄 생각은 못한거야, 그저 내가 있는, 내가 있게 된 어느 곳에서 맴도는거야, 전기파리채에 맞아 잠시 바닥에 떨어진 파리처럼 맴맴.시간이 걸릴지라도, 정신을 차려 내가 있는 곳을 봐야해, 내가 갈 곳을, 내가 살 삶을, 내가 정하고, 해보는거지, 그게 아마 나답게 사는 게 아닐까 싶어. 4 그런데 나같은 사람만 힘든 게 아니었더라, 모든 존재들이 각자만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 그것도 위안돼. 에니어그램을 알고 알게 됐지, 위안이 됐지.


루틴대로 하고 싶어 하는 것, 안정되게 일상을 유지해 가고 싶은 것, 그게 굉장히 1번 유형의 에너지 같단 생각이 들어, 나같은 유형의 에너지는 1에너지 처럼 행동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지, 그래서 아마 거기에 집착하는 것 같아, 내가 그렇게 정해진대로 지켜나가며 일정하게 선에 맞춰 살아가는 게, 잘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거지.

꽤나 엄청난 집착이야, 마음 한구석엔, '막' 살고 싶어, 진짜, 막 한 번 살아봐도 괜찮은 인생이었으면 좋겠어, 예전에 막 사는 거, 사실 해봤어, 막 시간을 낭비하고, 남 뜻에 막 맞춰주고, 될대로 되라 막 내버려두는 거지, 내가 결정하지 않고, 나를 해치는 행동도 함부로 하는 거, 해봤으니까, 안 그렇게 돌아가겠다고,꽉 잡고 버티고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 돌아가지 않을거야.


그렇게 막 살고 싶단 게 아니라, 자유롭게, 살고 싶어.


3

자유로운 것.


자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방식이 자유롭게 살고 싶단 거란 것도 알게 됐지.


처음 명상원에 갔는데, 왜 명상을 하려고 하세요? 라고 질문을 받았지, 그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거야. 왜 그럴까, 왜 하려고 했을까, 그때 나는 한창 힘들었어, 사람들이 내 영역을 다 침범하고 공격하는 것 같았어, 그걸 나를 해하려는 것 같이 느꼈어, 식당의 옆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에도 나는 화가 났거든. 저렇게 시끄럽게 피해를 주다니!

화난 나를 옆에서 보던 사람은 어이없어 했지만, 나는 너무 힘들었어,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다니, 사람들은 너무 많고, 그들은 모두 나를 침해하려는 것만 같아, 늘 도망칠 준비가 되어 있었어, 그래서 질문에 답을, 사는 게 힘들어서,라고 했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뭐든 자극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고,


덜 힘들게 살고 싶어서.


그게 아마 내 자신의 문제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겠지, 남들은 같은 곳에 있는데 잘 살잖아, 나만 왜 힘든 건지, 명상을 해보면 나도 덜 힘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명상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그런 방법이 있지 않을까, 거기에서부터 일종의 집착이란 게 생겨난 것 같아,


덜 힘들게 살아보겠다는 집착.


선택의 자유가 생기는 거래, 명상을 해서 알아차리는 걸 연습하면, 그 순간 알아차리게 되면, 화를 낼 수도 있고 침묵할 수도 있고 욕을 할 수도 있고 침착하게 얘기할 수도 있는 거야, 기회가 생기는 거래, 자유로워지는 거래, 그 말을 듣고, 푹 빠졌지 뭐야, 그렇게 살고 싶어,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반응을 선택하고 싶어.




4

일기를 쓰니 내가 좀 객관적으로 보여

내가 그런 생각으로 사는구나.


그런 장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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