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01 PM9:10
손이 시리다. 빨간 전기난로 앞에 마른 손을 비비 우다가
춥다고 난로를 꼭 쥐면 안 되는 것처럼
적당한 거리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다듬어지고 응축돼 완벽해진 아름다움만
가치가 있다고 믿었던 것이 아닐까,
믿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
적당한 타협
아름답지 않을지라도, 완벽하지 않아도, 액기스가 아니어도, 비뚤빼뚤 할지라도, 어쩌다 뚝딱 만들어져 버린 무엇에도 무언가가 깃들어져 있지 않을까,
믿음을 바꾼다
적당한 변화
숨어있던 해내고 싶은 마음을 꺼내
몰랐던 닿고 싶은 마음을 뭉쳐
지속하는 힘을 굴려
떼굴떼굴 구르며 작은 흙 뭉텅이가 점차 커지는 걸 지켜보기로 한다
지름이 커질수록 가속도가 붙어 더 빨리 더 빨리 구를
돌멩이를 던져
적당한 시작
*의미 있는 것에 집착했다. 의미는 주로 붙이기 나름이어서 시간을 조금 들이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임의로 만들어내기보다 쌓이고 견고해져 굳어진 그대로 아름다운 형태일 거라 여겼던 것 같다. 주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돌아보며,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한 것이 다른 이에겐 가치 있어지기도 하고, 시대와 시간과 상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도 하며, 나조차 가장 중요했던 것이 바뀌기도 한다는 걸,
그리고 바뀔 수 있는 그 유연함 자체를 따르고 싶다는 걸,
새로 알았다.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꿀 수 있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것만이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이 가치 있다, 는 믿음 대신
다른 가치를 따라보려고.
지속하는 것, 원하는 것에 닿는 것, 해내고 싶은 의지, 같은 것들,
살면서 전혀 가치를 둬보지 않았던 것들에서
아름답고 의미 있는 무엇들을 찾아보기로, 새로운 결정을 내린 2022년의 마지막 달, 12월의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