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02 PM9:38
4분 정도 춥다고 추워서 못 쓰겠다고 회전하는 전기난로 앞에 서서 불을 쫓아다녔다.
책상에 앉았다(드디어)
13분 동안 작가의 글을 읽었다.
30초간 좌절했다.
시간을 가늠해 보다 키보드 소리를 낸다.
“쓰기도 전에 내가 해야 할 말들이 있다고 정해버렸기 때문에 그토록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라는 남의 문장을 읽고 나도 그런가 가늠해 본다.
그런 것도 같다. 오늘 노트에 적어둔 메모를 그럴싸한 글로 옮겨보려 했는데, 쓰기 싫어졌다. 어제만 해도 하얀 백지 위에 무턱대고 시작해 1시간 안에 뭔가 쓴다는 건 불가능해, 그러니까 메모를 적극 활용해 보자, 나에겐 죽을 때까지 써도 써도 쓸 수 있는 노트들이 있으니까, 노트가 있으니까, 돼, 흐뭇하기도 했던가. 노트가 많은 부분은 씁쓸했지만.
그러니까 문득문득 과거가 생각난다. 예전엔 이랬는데,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가늠하며, 놀라고 벅찬 감정을 느껴본다. 그걸 느끼고 싶어 떠오른 잔상들이었구나. 감정은 생각으로 얼마든 만들 수 있으니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어 무슨 생각을 한 걸까, 틈틈이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예민한 걸 무기로 살아가기에 세상은 여전히 품이 넓고 평평해, 좋아하던 예민함을 내려놓지 못하고 힘에 부쳐 이리저리 쓰러졌었다. 예민하지 않게 해달라고 바란 적이 있었던가,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는 오히려 홀가분했지. 예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예민함을 어떤 무기로 다듬어, 어떻게 써야, 이 밋밋한 세상에 긴, 스크래치를 긁을 수 있을지, 그걸 생각했어야 했다.
어쩐지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른 것 같은 자신이, 얼마나 어떻게 잘못된 인간인지 가늠이 안 돼 어두운 허공에서 발을 더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화가 나는데, 화를 내면 안될 것 같아 참아 봤더니, 그저 참는 사람으로 굳어져 있기도 했다. 그래도 내 몸이 나를 도와 참는 내내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고, 심장이 나도 모르는 새 쿵쾅거려, 그 소리가 밖으로 멀리 퍼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쉽게 짜증이 났고, 빠르게 긴장했다. 경직된 인간의 몸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우울에 빠져 우물의 바닥에 다다르지 않으면, 다시 위로 올라올 수가 없었다. 박차고 올라오면 방황했고, 즐거우면 불안했다. 외로움이 길게 꼬리가 돼 내 뒤에 붙어 있는 걸 모르다, 어느새 불붙은 꼬리가 뜨거워 팔딱팔딱 뛰쳐나갔다. 그래도 살아보겠다 불을 꺼보려 여기저기 부딪히고 보면 쓰라려. 아팠다.
그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