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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월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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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의식 Dec 09. 2022

09/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22/12/09 PM9:50

가게에 앉아 손님을 기다려, 같은 곳 별다를 것도 없는 날인데도, 어떤 날엔 이런저런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 몰려들어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어떤 날엔 같은 곳 별다를 것도 없는 날인데도,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아, 내가 여기 있어요, 이곳이 당신을 기다려요, 누구도 발 디디지 않아 문이 꿈쩍없이 그대로, 서로 다들 모르는 사람들인데, 마음이 잘 맞아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 같은 걸 보고 같은 것을 듣지, 이것도 인연인데도, 서로 모르는 척, 이것도 인연인데, 서로서로, 사람의 마음이란 게 비슷한 걸까, 그런 날엔 그런 델 가고 싶은 거고, 이런 날이니까 이런 델 찾은 걸까, 날이 맑아, 지면에 태양빛이 쏟아져 반사된 해의 살들이 부서져 온 세상에 흩뿌려, 아 눈이 부셔, 빛이 뼈 안으로 안으로 스며 이런 날엔 거길 갈 생각은 못 하나 봐, 모두 어디로 가지, 날이 흐려, 빛 하나 없는 공기 중에 회색 물감을 타놓은 듯 뿌옇고 차가운 날, 아 차가, 나갈 수가 없어, 이불을 돌돌 말아 안고서는 창문을 힘겹게 뚫은 빛 한 줄기를 눈으로 열심히 쫓다 못 이기는 척 다시 눈꺼풀을 감아 버리나, 아고 못 일어나겠네, 그러다 어떤 날엔 모두 게으름을 부리다 이제 더 이상은 못 누워있을 것 같아 푹신한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다시 눕기 전에 우두두 밖으로 나와, 커피라도 한잔하자, 개운하게 기운을 차리고 싶어, 그런 마음이 동시에 들어 커피 있나요, 따뜻한 커피 있나요, 문을 두드려, 어서오세요, 기다렸어요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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