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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의식 Dec 15. 2022

14/ 꿈과 기회

22/12/15 PM 10:12



해삼꿈해몽 

해삼이었다, 분명. 크고 미끌거리고 돌기가 있는 생명체, 허리까지 오는 바다였다. 내가 해녀라도 됐던 걸까, 꿈에. 바닷속으로 쑥 미끄러져 들어가 반투명한 미역 사이로 커다란 해삼을 봤다. 참았던 숨을 몰아 쉬며 물 밖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희고 투명한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해삼이네, 해삼이 있네’ 맛있겠다,라고도 생각했었나, 꿈에. 맑은 물속을 가로지르는 내게 누가 해삼 하나를 건내 줬다. 정말 컸다. 나는 황홀했지만, 두렵기도 했다. 손에 받아 들었던 해삼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었다.  

눈을 뜨고, 생각했다. 해삼. 세상에 해삼 꿈을 꾸는 사람도 있을까. 얼마전 해삼을 생각한 적이 있어서일까? 남편처럼 기이한 생명체인 해삼에 기겁하는 사람에게도 꿈에 해삼이 나올 수 있을까? 신기하고 선명한 꿈에 나는 휴대폰의 검색창을 열어 손가락으로 화면의 키보드를 톡톡 친다. 해삼꿈해몽. 설마 해삼에도 꿈 해몽을 있을까,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보다 빨리 꿈에서 해삼의 의미가 눈앞에 보였다. 거의 모든 꿈의 해석이 있구나. 프로이트도 여기에 동의할까.  


꿈은 무의식을 반영하되, 상징적인 매개로 드러난다. 

해삼의 상징은 생각보다 아주 긍정적인 것이었다. 재물을 뜻하기도 하고 좋은 소식이나, 새로운 기회, 같은 것을 의미한다고.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것도 아주 크고 신선한 해삼이었다. 마지막 사라져버린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기회

오늘 만난 두 사람 중 한 명은 에니어그램의 유형 중 7번 에너지를 주로 쓰는 존재였다. 그를 위한 권고 사항을 함께 읽다 보니 이런 문장이 있다.  



“좋은 기회의 대부분은 곧 다시 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그 기회 중 어느 것이 당신에게 진정으로 좋은 것인지 더욱 잘 식별할 수 있다.” 



‘기회’라는 단어와 대부분 동시에 쓰이는 표현이 ‘단 한번’이지 않은가. 

늘 모든 일이 기회로 느껴지는 7번 유형의 에너지는 그래서 늘 바쁘고, 분주하다. 그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 손에 쥐기 위해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모두 기회라면, 그것 역시 피곤한 일이다. 내게 온 미래가 불투명한 많은 기회 중 진짜 의미있는 기회를 가려내기 위해선 더욱 깨어있어야 한다. 작게 세어 나가는 에너지를 아껴 모아 잘 응축해 두었다 진짜가 왔을 때, 폭발적으로 쓴다면 모든 기회에 적당히 반응한 효과보다 분명 더 강력한 결과가 나올 거다.  


나를 스쳐 지나가게 둘 기회와, 그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아야 할 기회. 

그것이 눈앞에 매직아이처럼 드러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삼이 의미한 거의 기회인 것들의 목록 : 

즐거운 상담 시간을 보냈다.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에게 매료된다. 중독성을 불러 일으키는 눈빛. 

마음 한 켠에 늘 <기록의 엮음>이 있다. 노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한 두 권씩 가 잘 쓰여 주면 좋으련만. 이 멋지고 쓰기 좋은 노트가 내향적인 제작자를 만나 널리 퍼져 나가지 못하는 데에 미안하다. 헌데 오늘 노트 추천을 해달라는, 노트를 사랑하는 사람의 포스팅을 보고, 그에게 <기록의 엮음>을 선물하기로 했다. 늘 답장이 오지 않을까, 마음 졸이던 나는, 답장을 받았다. 

오늘, 입금. 해삼이 준 운 좋게 생긴 돈은 아니지만, 약속되었던 노동의 댓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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