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서울에 가고 친구는 상해에 갔다
난 혼자 잘 논다.
얼마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그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 아예 혼자일 땐 몰랐다, 어색하게 대화가 그리 즐겁지 않은 사람과 밥을 먹고 나니, 오히려 문득 여기 혼자 있는 게 실감 났다.
어디서 사는지보다는 어떻게 사는가, 방식이 중요하단 걸 제주에 와서 다시 느꼈다, 발리에서 그 생각을 뼈저리게 하고는 어떻게 살면 좋을지 많이 생각해본다고 노력했는데도, 어렵네.
여기에서도 누구 밑에서 일하면 짜증 나고, 사업하면 스트레스받는 건 똑같다, 오랜 친구가 없으면 서울에서도 제주도에서도 외롭다,
오늘은 지나치게 심심해서 거리를 나섰는데 즐겨가던 카페도 문을 닫고, 딱히 갈 데가 없어서 버스 세 정거장을 걸어 cu 편의점에 갔다, 동네에 마트는 정말 많은데 오히려 편의점은 없다! 편의점은 마트랑 다르다! 빵또아 하나 입에 물고 오는 길,
그래도 걷는 곳곳 걸음마다 자연이 밟힌다, 남해에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저 바다를 보고 사는 사람들은 다 착하겠다 싶었다, 나도 여기 살면 좀 착해지려나, 친구한테 물으니, 착해지고 싶어?, 정곡을 찔려서 뜨끔했다.
화가 나다가도 바다 반짝거리는 걸 보면 에잇, 하고 마음이 풀어지긴 한다, 그리 화날 일도 뭐 그리 많지 않지만, 아직까지는.
동네에 온통 마늘밭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양배추가 밭에 여물어 있는걸 처음 봤다, 단단한 덩어리 위로 빛이 부서지는 걸 보니 아련하면서도 에너지가 느껴졌다.
제주도에서 사는 건 막연한 바람이자 부러움이었지, 정확히 왜냐고 따져 물으면 할 말이 없었는데, 점차 살면 좋은 이유를 알 거도 같아진다. 아까운 지금 날씨가 변해 더위 공격을 받기 전에 좀 더 밖을 나가봐야 할 것 같다, 빵또아 먹으며 걷기 조오은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