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만난 불안
정신분석의 창시자,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거쳐야 할 것만 같았던, 프로이트와 융,
그래서인지 괜스레 어렵게만 느껴졌다. 마음의 거리감.
의무처럼 느껴져서는 미루고 미루던 책이었는데,
어느 날 한 지인에게 꿈에 관한 이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들었다.
안 되겠다, 싶었다.
평소 꿈이 무언가 예지 한다는 걸 막연하게 믿어왔고, 꿈을 많이 꾸는 탓에, 꿈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프로이트가 정립한 이론은 어디까지이고,
그게 어떻게 변질되어, 지금 꿈에 대해 내가 가진 생각들이 어디까지가 사실인 건지, 꿈이란 무의식의 발연이라는, 그 막연한 논리를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 건지, 못 참게 궁금해졌다.
제주도에선 생각보다 책을 구하기 쉽고도 어렵다.
전국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으로 뚝딱 주문하면야, 쉽지만,
최근 책을 쌓아두는 것에 부담을 크게 느낀 탓에 ‘꼭 소장하고 싶은 책만 살 것!’이란 원칙을 정한 나는 무작정 책을 주문부터 하고 싶진 않았다. 다행히도 마침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 이 책을 구할 수 있었다.
오늘날 정신 분석의 많은 부분에서,
프로이트가 내세운 철학은 그 토대가 되고 있다. 무의식에서 그 불안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으며,
상담, 대화, 상담자의 얘기를 이끌어 내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큰 성과가 된다는 점, 을 밝혀낸 데에서
나 역시 프로이트에게 일정 부분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더라,
하지만 그가 내세운 많은 부분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무리가 있겠다는 걸 느꼈다. 이후 융이 내세운 철학이 그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융의 철학은 프로이트의 학문을 토대로, 다시 자신의 연구를 반영해 변형, 그리고 발전시킨 데 의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이트의 성과만큼이나,
그간의 희미했던 꿈에 대한 이론들을 조명하고, 자신이 생각한 이론을 재정립한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끊임없이, 삶을 다 할 때까지 인생을 받쳐 학문에 몰두한 데에
감격스러웠다.
(누군가의 생애를 되짚어 보는 건 이렇게 늘 감격스럽다)
내가 가지고 있던
꿈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이 상당 부분 그 과거 프로이트의 연구에서 나온 사실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일부분에서는 좀 다른 노선으로 변형된 이론들로 인지하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
프로이트는
꿈은 과거를 반영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내세웠다.
내가 꿈을 일종의 예지력으로 생각한 것은 과거 토속 신앙에 가까운 것이었다(;;;;)
물론,
꿈은 무의식을 반영하고, 그 무의식들의 실마리를 풀어 해석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예지몽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꿈이 미래의 일을 예견하고, 앞으로의 닥칠 일을 알려준다는 나의 어설픈 믿음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꿈에서의 불안한 감정은 분명, 믿을만한 근거가 있다.
내 내면에 있던 감정이
느슨해진 목장의 테두리를 부수고 모습을 드러내는 거리라,
(해석 부분에서 발췌)
인간의 정신이 이성적 산물만은 아니라는 것,
무의식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인식, 은
당대에는 매우 센세이셔널한 것이었다.
인간의 역사가 묵시적으로 증명해 온 야만성에 사람들은 눈길을 피했지만
프로이트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첨예하게 꿈의 세계를 들여다봄으로써 그 안에 숨어 있는
욕망의 덫을 백일하에 노출시켰다.
갈릴레오에 의해 지구는 우주의 변방이 되었고 다윈에 의해 인간은 더 이상 신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그리고 프로이트에 의해 인간은 이제 동물의 지위로 전락했다. 그 지적은 아프지만 그 진실엔 힘이 있었다. 인간의 역사가 오성의 역사가 아니라 야만의 역사라는,
확인하기 뼈아픈 진실이 프로이트로 인해 확연해지는 순간, 우리는 미망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이 '무의식이라는 언어'는
이제 현대의 복잡한 이면을 설명하는 코드가 되었다. 오늘날의 모든 학문은 그에게서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이론은 원용되고 있다.
이성적 사유와 판단이라는 덕목이 훼손돼서는 안 되겠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욕망의 문제 또한 외면돼서는 안 된다.
이성의 진화는 욕망의 진화를 염두에 둘 때라야만이
성찰적이다.
예술의 세계에서 그 점은 매우 극적으로 표현된다.
인간 심리에 대한 해명 없이 심도 있는 안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정치한 심리 분석이 질병을 치유케 하고,
예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비평하는 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이트가 위대한 것은 단지 그의 학문적 업적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세상에 대한 통찰과
반석처럼 굳건했던 학자적 자세, 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며(*1923년 프로이트는 암에 걸려 죽을 때까지 16년간 투병의 삶을 살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에는 세 명이 아들이 전쟁에 참여해 가슴 졸였고, 1920년에는 딸에 이어 나이 어린 손자를 떠나보내야 했다. 그 속에서도 그는 연구는 게을리하지 않았고, 죽음의 개념에 몰두해, <문명 속의 불만>을 출판하기도 했다.)
주변을 돌보고 사랑하는 일에도 헌신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꼿꼿이 견지했다. 변명하거나 좌절하지도 않았고 위축되지도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솔직했으며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응시했다.
*개인적 정리, 첨부_
<꿈의 분석의 7장 구성>
1장
꿈 문제에 관한 학문적 성과들 : 꿈을 학문적으로 인식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
꿈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꿈이 생성되는가에 대한 질문.
여러 학자들의 견해와 이론 속에서 문제에 접근,
꿈의 특성에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이론 검토, 왜 꿈은 망각되기 쉬우며, 왜 부조리했는지, 왜 질서가 없는지, 꿈에서의 윤리적 감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
2장
꿈의 해석 방법 :
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에 대한 꿈 해석의 방법을 사례 분석과 함께 다룸.
꿈을 해석할 수 있다면, 해석해야만 한다면 그것은 '정신 분석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라는 선언의 구체화.
이 부분에서 기존과 확실히 차별화되며,
꿈이 궁극적으로는 소망 충족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는 사례를 제시.
3장
꿈의 목적은 소망 충족에 있다:
4장
꿈이 왜곡돼 나타난다 : 그리고 소망 반대의 꿈
보통 꿈에 대해 막연한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은 꿈이 왜곡의 과정을 통해 나타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망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꿈이 전개되는 것은 왜곡 현상 때문인데, 이로 인해 불안한 꿈이 나타난다.
5장
꿈의 재료 출처 :
1 꿈은 최근의 인상을 뚜렷이 반영한다는 것.
2 꿈은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보다는 부수적이고 사소한 것을 기억한다는 것,
3 꿈은 어린 시절의 인상을 마음대로 반영하며 오래 전의 세세한 일까지 끄집어낸다는 것
전형적인 꿈, 공통적으로 꾸는 꿈의 내용, 오이디푸스의 전설과 햄릿의 비극을 통해 인간 무의식에 잠재돼 있는 성적 리비도*에 대해 언급.
*리비도 - 성 본능, 성 충동 / 리비도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불안으로 변함. 또한 리비도가 승화돼 정신 활동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고 주장.
6장
꿈의 작업 : 압축, 전위
꿈의 작동 방식에 대해 전반적으로 개괄하며, 심도 있는 이론을 펼침.
꿈의 압축 작업, 전위 작업, 꿈의 묘사가 구현되는 방식, 꿈의 상징, 어떤 의미와 암시가 담겨있는지
구체적 사례로 설명,
꿈이 왜 부조리한 성격을 띠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꿈속의 정서에 대해 언급
7장
꿈 과정의 심리학 : 무의식과 전의식, 의식의 문제 제기
꿈이 망각되는 이유, 퇴행, 억압을 통한 정신의 일차 과정과 이차 과정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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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내의 자극이 꿈의 출처가 될 수도 있다.... (중략)... 슈트륌펠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말한다.
- 정신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보다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신체를 훨씬 더 넓고 깊게 지각한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알지 못했던 신체상의 변화들을 꿈에서 더 잘 감지하고 받아들인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깨어 있을 때보다는 꿈에서 더 발병의 징후를 깨닫는다고 말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질병이나 장애는 꿈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은 심장이나 폐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아주 짧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꿈이나 끔찍하게 죽는 꿈을 많이 꾼다. 폐 질환 환자들은 질식하거나 궁지에 몰려 도망치는 꿈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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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략) ... 분트는 그러한 면면의 의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 꿈속의 환상을 순수한 환각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꿈들은 낮 동안의 가벼운 인상에서 비롯된 환상일 수 있다.
바이간트 역시 이 견해를 받아들여 꿈의 일차적 원인은 감각 자극이며, 재현되는 연상이 그 뒤를 잇는다고 주장한다. 분트처럼 중립적인 연구가들은 대부분의 꿈에 신체 자극과 더불어 심리적 자극이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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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충족
젊은 시절 나는 이런 식의 이기적인 꿈을 자주 꾸었다. 예전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버릇이 있어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럴 때면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하는 꿈을 꾸곤 한다. 결국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게 되지만, 꿈 덕분에 좀 더 잘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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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불쾌한 내용의 꿈을 어떻게 소망 충족의 꿈으로 분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불쾌한 내용은 오로지 소망하는 것을 위장하기 위한 심리적 경향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례로 곧 예정된 파티가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포기해야겠네, 하는 꿈을 꾼 환자가 알고 보니 그 파티를 열기 싫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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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이 자신의 형제 자매와 맺고 있는 관계에 주목해 생각해보자. 나는 혈연 간의 관계가 오롯이 사랑에 넘치는 관계라고만 보지 않는다. 성인들의 세계에서도 형제간의 불화는 흔하게 목격되는데, 이러한 불화는 유년시절에 비롯되었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 (중략) ...
어린이는 철저하게 이기적이다. 어린이는 자신의 욕구를 다스릴 줄 모를 뿐만 아니라 경쟁자인 다른 아이들, 특히 형제에 대해 배려할 줄 모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며 무조건 충족하려고 든다. 그것이 일반적인 아동들의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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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이 생각하는 죽음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죽음과는 사뭇 다르다. 아이들은 사멸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을 잘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그 두려움은 생소할 뿐이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낱말로 장난도 치고 다른 아이를 위협하기도 한다. "너 한 번만 더 그러면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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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죽는 꿈에서 죽는 쪽은 주로 꿈꾸는 사람과 성별이 같은 쪽이다. 남자아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여자 아이는 어머니의 죽음을 꿈꾼다 이것을 규칙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그렇다. 인간은 성적으로 눈을 뜨면서부터 어느 한쪽으로 성적 경향을 갖게 마련이다. 그래서 남자아이는 아버지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여자 아이는 어머니를 경쟁자로 의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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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략) ... 평소 환자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그녀의 불안한 심리가 가중됐다. 분노를 억누르는 힘이 마음을 제압하는 데서 정신에 균열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무의식적 적대감이 강하게 나타났다. 그런 다음 흥분을 가라앉히고 마음이 진정되면서 검열이 지배력을 회복하게 되자, 이제 그녀는 꿈속에서 어머니가 죽기를 소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차츰 정상을 되찾아가면서 히스테리적 방어 현상으로 어머니를 지나치게 염려했다. 히스테리에 걸린 여성들이 왜 어머니에게 지나친 애정을 보이는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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