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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의식 Dec 30. 2020

영업일지 : 제주도의 코로나19 거리두기 2단계

폭설이며 한파며, 차라리 잘됐다 싶은 연말이다 


제주도가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되기 전, 

문을 닫거나 영업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을 보면서, 

어이쿠, 

그래도 확산되는 거 빠르게 막으려면 

하는 수 없지, 하고 당연하게 생각하곤 말았다. 

자영업자가 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는 그게 곧 나에게 닥칠 일이란 걸 몰랐다. 


제주도에도 거리두기의 영향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제한적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체감이 훨씬 느렸던 것 같다. 

또 여기에선 그나마 여전히 오름에 오를 수 있고, 

원래 한산한 거리여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그대로 서울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다. 

경기도에 사는 조카는 당연히 가던 학교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들이 일상적이지 않게 됐다. 초삼이 카톡 프로필에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적어 두었을 때, 이런 말을 할 줄 아네, 신기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아팠다. 이런 상황을 겪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자라게 될까. 

조카 생각을 하니, 휴일에 나도 카페에나 갈까, 싶었다가 그래, 그냥 집에 있자, 싶었다. 그러니 우리 가게에 손님들이 찾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2월 초에 쓴 일기엔 (건방지게) 손님이 오고 가고 하는 것에 더 잘 견디는 힘이 생긴 거 같다,라고 적혀있다. 그땐 손님이 조금씩 늘어날 때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잠시 주춤한 때라 지인들도 제주에 많이 찾아와 가게에 놀러 와 주었다.  


언제 그랬나 싶게 점차 손님이 줄자 금방 기운이 빠져버렸다. 

코로나블루처럼 한참 우울하다 

제주도에서도 2단계가 시행되고,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게 될 거란 상황 앞에

나는 화가 나는 상태로 바뀌었다.   

무뎌진 사람들에게 화가 났고, 자꾸 늘어나는 확진자가 화가 났다. 

이러다 하루 확진자가 1천 명이 될 거라고 하더니, 

정말 1천 명이 됐다. 

정확한 대상이 없이 화가 났다.  


제주도는 그나마 2단계에도 카페나 식당의 실내 사용이 오후 9시 이전에 가능하도록 시행되어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게에 손님들이 오면 마냥 기쁠 수 없고, 손님이 줄어드는 건 싫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뚝 끊긴 사람들의 발길을 환영해야 할까, 걱정해야 할까.


이제야 일찌감치 영업에 크게 영향을 받았던 자영업자들이 빨리 복구되지 않는 이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내 일이 되고서야 알았다. 


폭설이며 한파며, 차라리 잘됐다 싶은 연말이다. 


이 참에 모두 ‘에잇 집에나 있자’ 하면서 

따뜻한 이불속에서 귤이랑 딸기를 먹으면서, 

과자 한 봉지에 행복하고 느긋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웅크려 있지만 무르익는 시기가 될 것이라 믿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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