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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의식 Jan 31. 2023

긴장 풀기

어쩔 수 없는 일들이 가져오는 것들 

한동안 오른 턱이 아파 음식을 씹으면 어금니까지 얼얼했다. 평소 이를 악물고 지내는 걸 알아차린 후로도, 오래 굳은 습관은 쉽게 달라지지가 않는다. 알아차리지 못했던 오랜 시간 동안 스트레스 요인이 있을 때면, 온몸에 힘을 꽉 주는 모양이다. 자고 일어나면 베개가 머리 위 벽 쪽에 가 박혀있다는 날도 많았다. 자면서 힘이 잔뜩 들어가 위로 솟은 어깨로 베개를 위로 위로 미는 모양이었다.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힘을 꽉 주고 살았으니, 웅크린 채 굳어진 어깨를 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거다.   


요가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도 내려놓지 못하는 몸의 긴장이다. 더 더 내려 가려다 마주한 나는 무의식 중에 어딘가에 힘을 꼭 주고 버티고 있다. 아마 아플 것 같은 마음의 방어가 몸에 나타나는 것이겠지. 막상 힘을 풀면 나는 더 내려갈 수 있고, 생각보다 늘어나는 근육은 시원한 느낌이 줄 때도 있다.   


가만 지켜보니 나는 언제나 방어 모드다. 뭘 그렇게 지키는지 모르겠는데, 늘 무언가에 저항하느라 엄청 애를 쓰고 있다. 힘을 꽉 주고. 


그러다 너무 힘들면 탁 놓게 되는 순간이 가끔 생긴다. 아마 극도로 피로해지면 그러는 것 같다. 꽉 잡고 있던 끈을 더 붙들고 당길 힘을 다 써버리는 순간, 스르륵 손을 놓게 돼버리는 것,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 막상 겪어보면 그렇게 큰 일 나는 건 없다, 그렇게 힘을 풀어버리고, 내려놓아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크게 잘못되는 것이 없다. 오히려 그 순간 자유롭고, 편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통제할 수 없는 타인 역시 마찬가지. 그들도 그냥 그대로 둔다. 나 하나 바뀌는 일도 이리 어려운데, 내가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는 건, 바꾸고 싶어 한다는 건, 엄청나게 위험한 생각이란 걸 다시 새긴다.  

너무 친절하게 굴지도 않는다. 억지로 누군가의 기분을 쥐고 흔들겠다는 행위에 앞서, 그저 나를 평온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깊어질수록 표면의 파도는 작아지는 나를 만들면, 그 영향력은 자연스레 전파되리라. 재미있고 자극적인 사람은 역시 아니겠다, 따뜻한 예리함 쪽이 나의 타고난 장점을 살리는데 더 잘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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