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빌언덕이 되어 준 사람들

by 지금


세상에 나보다 불행한 사람은 없을 거라며 커터칼로 손목을 긋고 약을 모아 한꺼번에 입에 털어 넣던 시절이 있다. 누군가가 간절히 염원하는 '오늘'이 나에게는 그저 빨리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오늘'이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자해를 하면서도 죽어지지 않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졌던 시절. 그건 아마 진짜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죽을 만큼 힘든 나를 알아달라는 구조신호 같은 거였을지 모른다.


남을 향해서는 한없이 따뜻하게 대하면서 나 자신을 향한 학대와 비난은 멈추지 못했다. 그렇게 남모르게 스스로에게 나쁜 짓을 일삼던 나를 자꾸자꾸 살려내던 이들.


위태로운 나의 모습이 걱정돼 밤마다 집전화로 전화를 걸어오던 친구.

돈이 없어 수학여행 못 가는 나를 위해 십시일반 용돈을 걷어 나 대신 선생님께 내준 친구들.

내 형편을 가엽게 여겨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모아두었다 선물해 준 이웃 아저씨.

멀리서 나를 위해 항상 기도해 주시던 목사님.

질병 조퇴가 갈수록 늘어가는 내가 걱정돼 집으로 직접 데리러 와 학교에 데려다 놓던 담임 선생님.

비빌언덕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며 느닷없이 이백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네던 같은 직장 언니.

공부에 늦은 때란 없다고 방통대라도 지원해 보라고 등록금을 내준 사장님.


너무 많아서 다 적을 수도 없다. 왜 그렇게 나를 살려놓으려고 했을까 생각하니 그 마음들이 고마워 또 눈물이 난다. 도대체 언제쯤 글 쓰면서 안 울 수 있는 거지? 아. 이건 감사의 눈물!.

글로 적고 보니 나 진짜 지지리 복도 많은 사람이다. 어떻게든 나를 살려내려던 많은 사람들. 그 덕에 나는 아직 살아있고 또 살아가야만 한다.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모든 불행이 나를 향하는거 같아 억울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나를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이다. 내가 눈치채지 못한 모든 순간에 나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당신의 얼굴을 모르는 나조차도 당신이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을!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김창완 에세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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