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앞에 두고 우는 여자들

by 지금



할머니한테 가져갈 반찬 하는 날.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묵은지를 말갛게 씻어 하루이틀정도 물에 담가 매운 기를 빼준 후 된장과 멸치육수 넣고 푹 무를 정도로 지졌다. 밥도둑을 만드는 동안 집안에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해서 몇 번씩 입에 침이 고인다.

며칠씩 화장실을 제대로 못 가고 배앓이를 할 때면 할머니는 꼭 우거지를 찾는다. 해 다 달라는 말이 미안해 빙빙 말을 돌려가면서.


췌장염 수술 후 소화 기능이 더 떨어져서 식사에 어려움이 있어 모든 반찬은 푹 무르게, 부드럽게 준비하고 있다. 고기보다는 생선을 좋아해서 조기도 열댓 마리 구웠는데 일부러 넉넉히 해다 주는데도 할머니 입에는 한 마리쯤 들어갈까? 나머지는 다 아빠 밥상으로 올라간다. 그런 모습이 화딱지 나기도 하지만 지극한 자식사랑이 느껴지니 뭐라 나무랄 수도 없다.


다음날 열심히 만든 반찬을 가지고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기 전 몇 가지 재료를 더 샀다. 봄이니까 초록초록한 게 필요할 듯 해 달래, 비름나물, 미나리도 사고 그 옆에 있던 통통한 콩나물도 천 원어치 샀다. 일부러 다듬어지지 않은 것들로다가.

할머니에게 검정봉지를 건네며 "할머니~ 이거 손질이 안되어 있어서 다듬어야 될 거 같아" 하니까 일거리 생겨서 좋으시단다. 할머니가 스스로 할 일을 찾아주는 것이 오늘의 나의 임무. 작은 일이지만 이런 소소한 작업들은 무료한 할머니 생활에 작은 활력을 가져다준다.


오래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 여러 차례 자세를 바꿔야 하지만 모처럼 초록초록한 것들을 다듬으며 할머니 얼굴도 잠시나마 봄처럼 화사해졌다. 빨리빨리 안되니까 답답하다면서도 콩나물 대가리 하나 버려지는 게 싫어서 꼼꼼하게도 다듬는다. 정성스레 다듬어진 재료들에 나의 마음을 더해 무쳐낸 나물들로 차려낸 밥상.

고기반찬 하나 없는데도 할머니는 생일상이 따로 없다며 밥 먹는 내내 연신 호강한다는 말을 했다.


"누가 이렇게 나 좋아하는 것들로만 한 상 차려주고 같이 밥 먹어 주겠어. 그러니 내가 너 없인 못살지"

"네가 잘해준 게 다 새록새록 생각이 나서 자꾸만 눈물이 나"

훌쩍거리느라 밥을 못 넘기는 할머니를 보니 내 눈과 코도 동시 개방돼 휴지로 눈물 콧물 훔쳐내느라 바쁘다. 두 여자가 또 밥상을 앞에 두고 우느라 밥을 못 넘긴다. 뭐가 그렇게 매일이 슬프고 감동이고 그런 건지... 정말 웃기는 여자들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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