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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모아~

by 지금


얼마 전 내가 작성한 모금함이 메인에 오르며 많은 기부가 이어졌다. 브런치에서도 마찬가지이듯 역시 페이지 상위에 노출되는 게 엄청난 영향을 주는구나 하고 다시 한번 실감했다.

글을 등록하기 전까지 떨리는 마음. 내가 쓴 글이 정말 기부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례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기부금이 너무 저조하면 어쩌지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또 읽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모금의 목적, 어떻게 사용 또는 전달할 것인지 사용계획, 기대효과 등에 대해 자세히 작성하여 믿고 후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글쓴이가 아닌 기부자의 입장이 되어 납득 가능한 내용인지 여러 번 읽어보고 점검하는 편이다. 상황에 따라서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모금사업 진행 후에도 지속적인 후원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논의하여 최대한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모금함에 백 원을 기부하든, 만 원을 기부하든 금액의 크기와 별개로 그 행위가 또 다른 후원, 선행으로 이어지기에 기부를 할 때 기부금액보다는 '나눔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기부에 참여해 주시라 부탁드리고 싶다.


모금이 저조할 때에는 나의 글에 대한 아쉬움도 있어서 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안될 땐 내 필력을 탓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에 동참해 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따뜻한 사람이 정말 많다.


남의 이야기지만 나의 이야기처럼 몰입해서 쓸 수 있는 건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누군가의 선의로 내 삶이 변화되었기에, 지금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그들에게도 그런 소중한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곳에는 매번 아픈 이야기만 하면서도 다른 어딘가에다가는 타인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나를 보고 자기 자신의 마음도 못 챙기면서 무슨 그런 글을 쓰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그거나마 하며 내 마음을 채우기 때문에 이나마 버틴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 일이라서가 아니라 그게 정말로 내 기쁨이 되고 있어서 온 마음을 다해 쓸 수 있는 거라고.



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거주 단위로, 직장 단위로, 아니면 아무런 구획도 없이 자원봉사 단체를 만들어 주위의 힘든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을까?

주위에 불행한 사람이 있는 이상 내가 행복할 수 없다고 느낄 수는 없을까?

성공이 클수록 행복한 것이 아니라 욕망이 덜 생겨야 행복한 것은 아닐까?

내 재산이 많아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가난한 사람이 덜 생겨야 행복한 것은 아닐까?

(문형배, 『호의에 대하여』, p. 90)



저자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이고, 어떤 세상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누군가는 그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나의 마음도 저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면서 밑줄을 쫙쫙 그으며 읽었다.

책 표지에 쓰여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라는 문구처럼 지금 당장 어두운 터널 속을 걷고 있을 지라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것들에 희망을 걸면서 조금 더 힘을 내서 살아보면 어떨까. 당장 나부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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