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迎曾宿客(시영증숙객) 예전에 묵고 간 손 때로 반기고
能識夜歸人(능식야귀인) 밤에 가는 사람 잘도 안 다네
攫獸才多捷(확수재다첩) 짐승 잡는 재주는 매우 빠르고
伺偸聽有神(사투청유신) 염탐할 때 청력은 귀신같다오
- 이응희(李應禧, 1579~1651), <강아지 두 마리를 얻고서[득이구자(得二狗子)]>
엊그제 비가 내린 후 찬바람이 제법 매섭습니다. 이제 입춘을 이십여일 앞둔 시점이라 겨울이 봄에게 시샘하나 봅니다.
아이가 외동이다 보니 혼자라는 근원적 외로움이 있나 봅니다. SNS를 통해 보고는 시간차를 두며 강아지를 동생으로 두었으면 한다는 뜻을 내비칩니다. 아이 엄마는 한 두해 모른척 하더니 결국엔 아이에게 지고 맙니다. 그게 바로 2년전 일이네요.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성향이 다 다른가 봅니다. 저희 집 둘째 아이(?)는 매우 예민합니다. 자다가도 조그마한 소리가 들리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짖는 통에 모처럼 깊이 잠든 아내를 깨웁니다. 아내 또한 예민한 사람인지라 한 범 잠이 깨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합니다.
예전에 묵고 간 손님도 없을 뿐더러 택배기사, 배달기사 가릴 것 없이 마구 짖습니다. 짐승 집는 재주는 없고 청력과 후각만 매우 예민합니다.
남너노소 가릴 것 없이 반려견을 가족으로 두며 애정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첫째, 안고 있으면 보드라운 쪽감과 따뜻한 체온을 전해주고 둘째, 사심없는 그윽한 눈망울을 쳐다보고 있으면 나또한 선한 사람으로 정화(淨化)되며 셋째, 제 주인의 신분과 처지, 잘나고 못나고를 가리지 않는 평등안(平等眼)을 지니고 있고 넷째, 주인이 올 때까지 한없이 기다릴 줄 아는 무한한 인내심을 탑재하였으며 다섯째, 아침에 보고 당일 저녁이든 일주일이 지나 다시 만나든 한결같이 제 주인을 환대하는 다정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추운날씨에 늘 옥체보중하시길 바라며 소망하시는 일들 무난히 성취해나가시는 나날들 되시길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