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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May 12. 2024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108일


 師者所以(사자소이스승은

 傳道(전도우주 삼라만상의 이치를 전하고

 授業(수업각자의 업장(業障)*을 일깨우고

 解惑也(해혹야의심이란 어둠을 몰아내는 빛의 존재라네

 - 한유(韓愈, 768~824), <스승이란[사설(師說)]>     


업장(業障): 동작 또는 마음으로 지은 악업에 의한 장애


 오후의 나른함을 깨우고자 집 가까운 마트를 잠시 다녀왔습니다. 갈 때 보이지 않던 핫립세이지가 돌아오는 길에 자신을 보아달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아 잠시 눈 맞춤을 하고 왔습니다.     


  흰 버선에 다홍빛 고무신을 신은 듯

  하얀 저고리에 다홍빛 치마를 입은 듯

  핫립세이지 도심 도로 한켠에

  수줍은 듯 청초하게 빛나고 있네

  - 자작시

 

  다가오는 5월 15일은 공교롭게도 인간 고통의 근원을 설파한 부처님 오신 날이자 스승의 날입니다. 오늘날 스승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요즘 니체, 쇼펜하우어 등 마음을 다루는 철학자들의 금언(金言)이 다시 유행하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마음이 힘들긴 매한가지인가 봅니다.     


 일찍이 법정 스님은 “말이 많은 것이 탈이지 말수가 적어 탈이 난 경우는 드물다”고 하였습니다. 장광설(長廣舌: 쓸데없이 너저분하게 지껄이는 말)이 아닌 적시 적소에 상대방의 가슴에 가 닿아 아름답게 꽃피우는 ‘뜨거운 입술을 지닌 현명함[hot lip sage]’이 주변에 많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부처가 대중들에게 연꽃을 집어 들며 그윽한 미소를 지어 보인[염화미소(拈華微笑)] 참 의미를 말이 많은 시대에 되새겨보았으면 합니다. 가슴 속 깊이 ‘핫립세이지’ 하나, ‘연꽃’ 하나 품고 살아가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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