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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May 25. 2024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110일


 視其所以(시기소이그가 평소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觀其所由(관기소유무슨 일을 경험했는지

 察其所安(찰기소안무엇에 편안해하는지 이 세 가지를 살피면

 人焉廋哉(인언수재그의 됨됨이를 어찌 숨길 수 있으리오

 공자(孔子기원전 551 ~ 기원전 479), < 다스림[위정(爲政)] >    

 

 오늘 구름이 적당히 해를 가려주어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기후 천사단 아이들과 이들을 함께 이끄는 동 학년 선생님들과 거제 환경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내면에 화가 많은 사람은 바다를 가까이해야 하나 봅니다. 적당한 바람과 탁 트인 바다가 사람의 마음을 잔잔하고 차분하게 해줍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살펴볼 글은 공자의 <다스림>입니다. 공자는 말을 길게 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위글은 네 글자씩 끊어 읽으면 그대로 시가 됩니다. 맹자가 유창한 달변가라면 공자는 짧은 몇 마디 말로 사람의 정신을 번뜩 들게 하는 선승(禪僧: 참선하는 승려) 같이 느껴집니다.     


 공자는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으로 그의 평소 행동거지, 과거의 경험, 현재 편안하게 생각하는 일을 알면 그 사람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제 알게 된 지 삼 개월이 다 되어 가는 기후 천사 단을 이끄는 선생님의 면모를 살피건대 그의 평소 몸가짐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겸손합니다. 과거의 경험은 작년에 자발적으로 기후 천사 단을 조직하여 이끈 적이 있습니다. 사회과 교사로서 어떻게 하면 지구 마을에 사는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과 미래를 남겨줄 수 있을까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이 일에 헌신하고 편안해하는 그의 모습이 저에게는 말 그대로 천사로 보입니다.     


 가까이 있는 천혜의 삼라만상을 보고 느끼고 불편해하며 애달아할 줄 아는 생태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비닐 한 장, 꽁초 하나, 폐플라스틱 한 병, 스티로폼 하나 주울 수 있는 귀중한 마음과 작은 텃밭이라도 손수 가꾸어 보는 작은 시간을 낼 줄 모른다면 지구별에 태어났다 한들 또 무슨 의미가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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