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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Jul 28. 2024

공감(共感)

1. 새끼 고양이가 엎드려 있네


  掌中四顆珠(장중사과주) 손안의 구슬 네 개

  一朝人奪之(일조인탈지) 하루아침에 빼앗겼네

  嫰蕋正姸好(눈예정연호) 곱고 예쁘던 어린 꽃술

  風雨餘空枝(풍우여공지) 비바람에 다 지고 빈 가지만 남았네

  棄置强寬抑(기치강관억) 생각 말자 애써 참아 보아도

  念來難自持(념래난자지) 자꾸만 생각나 견디기 어려워라

  輿尸瘞空山(여시예공산) 상여에 실어 텅 빈 산에 묻고 나니

  四塚相纍纍(사총상루루) 나란히 늘어선 네 아이 무덤

  慟哭向蒼天(통곡향창천) 푸른 하늘 향해 울부짖을 제

  浮雲爲我遲(부운위아지) 떠가는 구름 날 위해 더디 가네

 - 장유(張維, 1587 ~ 1638), <먼저 간 아이들을 그리며[도요(悼夭)]>     


  늘 그렇듯 어제 반려견과 함께 함께 집주변을 산책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갑자기 길 한가운데서 큰일을 보게 되었습니다. 종종 있는 일이라 챙겨온 비닐장갑으로 실례한 흔적을 걷어낸 뒤 길가 나무숲에 살포시 두려는 데 나무 아래 하얀 바탕에 검은색 새끼 고양이가 잠자듯이 숨을 거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계곡(雞谷) 장유는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정치가입니다. 어린 시절 임진왜란, 정묘재란을, 말년에는 병자호란까지 겪으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분입니다.  그는 슬하에 3녀 1남을 두었는데 네 아이를 열 살 이전에 그리고 이십일 만에 모두 잃고 맙니다. 하나만 아이를 잃어도 그 마음이 찢어질 텐데 3주 안에 네 개의 구슬을 모두 잃어버렸으니 살아도 산 것이 아닐 것이며 하늘을 참 많이 원망했으리라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세상의 풍파를 많이 겪어서인지 그 또한 오십을 갓 넘긴 채 세상과 이별하게 됩니다.     


 어미와 사람들의 돌봄과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죽는 날까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나무 그늘 한켠에 외로이 생을 마감한 새끼 고양이와 열 살 이전에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생명의 불씨가 꺼져버린 네 아이들을 보면서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생명의 의미와 가치, 생명 살림과 생명 모심, 그리고 따스한 눈과 마음으로 두 손 맞잡아 주는 공감의 힘에 대해 되돌아본 하루였습니다.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여러분이 자식을 넷이나 잃은 장유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2. 인공지능 시대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생명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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