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설왕설래(說往說來)
부지례(不知禮) 일상에서 예를 알지 못하면
무이립야(無以立也) 제대로 설 수 없고
부지언(不知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무이지인야(無以知人也) 사람을 잃게 된다
- 공자(孔子, 기원전 551 ~ 479),《논어(論語)》, <요왈편(堯曰篇)> 3장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8월입니다.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가을에 들어서게 됩니다. 연일 한낮의 뜨거운 태양과 밤새 열대야로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이 힘겨움을 겪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 저녁에는 먹구름이 조금 끼고 바람도 서늘한 것이 기후가 생명붙이의 숨을 조금 틔워주려는 모양새여서 반가웠습니다.
어제 밤 스승이자 벗[사우(師友)인 지인과 통화를 1시간 반가량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정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그가 요즘 시간강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지 대뜸 강사료가 너무 적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도 강사비가 현실적으로 교육청 단위에서 낮게 책정되어 있고 처우개선 차원에서 그것을 올려줘야 한다는 지인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본업 외에 시간강사를 하는 분들도 많고 이들이 소수인데다 생업에 쫓기다 보니 한목소리로 그들의 요구사항을 잘 펼치지 않으시는 것 같다고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저나 지인이나 그러고는 다른 화제로 가볍게 넘어갔을텐데 서로의 처한 상황과 입장이 다르다 보니 약간의 곡해가 있게 되었습니다. 통화 끝에 서로 잘 이야기를 마무리하긴 하였으나 왠지 뒤끝이 찜찜함은 남게 되었습니다.
이에 공자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물리적,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되 따뜻한 마음과 관심은 잃지 않아야 하며 상대방의 의견이 설령 나와 맞지 않더라도 우선은 수긍하고 경청하되 적당한 때에 다시 의견을 교환한다면 의사소통을 잘하는 것이다"라고 이미 이천 오백년 전에 귀한 말씀을 펼쳐 놓으셨는데 아둔한 중생이 깨어있지 못해 귀한 손님에게 실수를 한 것 같아 자책하고 또 자책합니다.
관계에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감동, 감탄, 감사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매끄러운 관계가 유지될텐데 알면서도 잘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내 의견만 옳다는 아집과 오만, 집착 그리고 허영심 때문이 아닐까요?
만일 인공지능과 대화를 하게 된다면 그는 첨예한 사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입력된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상대방의 의견을 논리로써 설파할까요? 아니면 공자처럼 유연하게 대응을 할까요?
오늘 선선한 바람을 따라 견공(犬公)과 함께 동네 뒷산 절 옆에 난 오솔길을 지나는 데 노랑새 세 마리가 시차를 두고 벗을 따라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파랑새도 아닌 노랑새는 무엇이며 세 마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앞으로의 전개된 일들이 자못 궁금해졌습니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2. 공자가 말하는 ‘말을 안다’의 의미는 무엇인지 여러분의 생각을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