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매미와 지렁이
上天下地爲網羅(상천하지위망라) 하늘부터 땅까지 전부가 그물인데
弓弩畢弋兼刀戈(궁노필익겸도과) 활도 모자라 주살에다 칼에다 창까지
飛走路絶其如何(비주로절기여하) 갈 곳 없는 새와 짐승 어찌하란 말인지
- 신흠(申欽, 1566~1628),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잡다한 이야기[잡언(雜言)]>
연일 폭염 한낮에 잠시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합니다. 오늘은 음력 칠월 초하루입니다. 벌써 한 해의 절반 초입에 들어섰습니다. 늘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며 이번 무더위를 슬기롭게 넘기시길 기원드립니다.
오늘 함께 나눌 시는 자연주의 시인이자 철학자이며 조선 중기 우리나라 네 분의 글 잘 짓는 사람 중의 한 분인 상촌(象村) 신흠의 <잡언>입니다. 잡언은 오늘날로 치면 잡담 곧,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말합니다. 그런데 그의 시는 오늘날과 같은 인공지능 및 기후 위기로 인한 생명 위기의 시대에 결코 잡스럽거나 가볍지 않습니다.
동네 산책을 하다 보면 요즘 까마귀가 부쩍 많아졌음을 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서 먹거나 들고 가는가 하면 전봇대 위에 대여섯 마리가 함께 앉아 배가 고파서인지 수시로‘까악까악’합창을 합니다.
한동안 산새 소리에 파묻혀 매미 소리를 듣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느티나무 줄기, 가지 및 잎새 사이로 입적한 매미 군집을 먼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나 같이 살아 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마치 정지 화면을 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며 붙박이처럼 삼매(三昧)에 들었습니다.
비가 오면 크기도 다양한 지렁이들이 신이 나서 흙밭으로 나와 그들만의 잔치를 벌입니다. 문제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 흙길이 아닌 시멘트, 아스팔트 바닥이라는 것입니다. 한낮 땡볕에 사람이 맨발로 밟아도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땅바닥을 지렁이는 제 몸 문대며 필사적으로 반대편 보금자리로 이동하다 불과 일 이미터 앞두고
타죽고 맙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동해안에서는 해파리가 들끓어 모처럼의 가족 피서객을 울상으로 만들고 도심지에서는 다양한 종의 매미는 볼 수 없고 요즘은‘쇄애~’하고 우는 말매미가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해가 넘어가면 숨을 고르며 잠을 자던 매미가 환한 조명으로 인해 대낮인줄 착각하고 밤낮없이 울어대니 매미는 매미대로 힘이 들고 사람은 스스로 빛과 소음 공해를 자초하여 고통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저희가 어릴 때 듣던‘맴~맴~맴~메에앰’하고 시원하게 우는 참매미와 귀뚜라미와 비슷하게 우는 털매미와 늦털매미는 사람의 손길과 발길이 드문 곳에서 밤중에 드문드문 소심하게 울곤 합니다.
칠 년(예외적으로 아메리카의 주기 매미는 17년)을 땅속에서 도 닦듯 나무 수액을 먹으며 수양하다 지상에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반을 머물다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몸은 개미나 곤충들의 먹이로 바치는 매미, 의도하진 않았으나 제 한 몸 불태워 뭇 생명을 살리는 지렁이를 보며 자주 검색한 영상만 계속 보여주는 인공지능과는 결이 다른 지구 생명공동체를 위한 진정한 희생과 나눔 정신을 이들에게서 배우고 반성하게 됩니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기후 및 생명 위기 시대(야생 동물의 서식지 감소로 인한 종 다양성의 상실, 빛 공해, 소음 공해, 먹거리 문제 등)에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적어보세요
2. 지렁이와 매미의 희생을 보며 인공지능과는 다른 인류가 추구해야 할 덕목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여러분의 생각을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