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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Aug 08. 2024

창의(創意)

1. 침묵을 노래하다

 道以默而凝(도이묵이응도는 침묵으로 이루어지고

  德以默而蓄(덕이묵이축덕은 침묵으로 길러지며

  神以默而定(신이묵이정정신은 침묵으로 안정되고

  氣以默而積(기이묵이적기운은 침묵으로 축적되며

  言以默而深(언이묵이심언어는 침묵으로 깊어지고

  慮以默而得(려이묵이득생각은 침묵으로 터득되며

  名以默而損(명이묵이손형식은 침묵으로 덜어지고

  實以默而益(실이묵이익본질은 침묵으로 더해지네

 장유(張維, 1587~1638), <침묵을 노래하다[묵소명(默所銘)]>      


 어제가 절기상 입추(立秋)였습니다. 우리 눈에 잘 보이거나 체감상으로는 느껴지진 않지만 대기의 흐름이 음력 칠월 칠석을 기점으로 뜨거운 양의 기운이 점차 서늘한 가을 기운으로 옮아 가게 되는 것이 우주의 엄정한 법칙입니다.     


 인공지능을 품에 안은 대표적인 현대인의 필수품이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맨 처음 인터넷이 생긴 일도 혁명적이지만 음악과 인터넷, 통화기능이 접목된 스마트폰의 탄생은 원자폭탄급의 화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어른, 아이 할것 없이 틈만 나면 쳐다보고 잠시라도 잊어버리거나 집에 두고 오기라도 하면 불안을 동반한 금단 증세가 발동합니다.     


 저 또한 여가 시간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 등을 활용하면서 1~2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훌쩍 보내게 됩니다. 사람이 주체적으로 IT 기기를 활용하는 것이야 문제될 것 없지만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기사나 영상, 그리고 광고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쉽게 빠져 나오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과 거리두기, 기심(機心: 인위적인 기계를 사용하는 마음) 비우기, 자연과 명상을 가까이하며 내면의 고요와 침묵 함양하기가 역설적으로 강조되나 봅니다. 법정 스님의 말처럼 내면의 빈 뜨락으로 달도 들이고 산새 소리, 바람 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 꽃피는 소리, 물소리, 계절 바뀌는 소리를 들임으로써 팅 비움으로써 가득 채우는 역설을 희망해 봅니다.     


 사 백년 전의 장유는 “침묵은 도와 덕, 정신과 기운, 언어와 생각, 껍데기가 아닌 참 알맹이를 기르고 직시하는 힘을 길러줌”을 통찰하였습니다. 내면을 텅 비워 우주 지성의 밝고 환한 기운으로 채울 때 우리의 우뇌는 깨어나고 창의성은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벗어나 포근한 땅을 밟으며 자연이 꽃피우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주 삼라만상에 함께 접속해 보면 어떨까요?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여러분이 생각하는 침묵은 무엇인가요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2~3가지 적어보세요.

2. 일상에서 스마트폰이 사라진다면 여러분은 그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낼 건가요구체적인 실행 계획 2~3가지를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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