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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Oct 26. 2024

사랑(仁愛)

몽당붓 사랑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여러분이 아끼는 사물과 그것을 아끼게 된 이유를 소개해 주세요.

2. 인공지능도 사람처럼 사물이나 동식물, 자연, 사람 등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을까요? 가질 수 있거나 없다면 그 이유를 적어보세요.      





    

  오늘은 음력 구월 하고도 스물 나흘입니다. 이번 여름 무더위가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올가을은 손님처럼 왔다가 며칠 머무르지 못하고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빨리 자리를 뜨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요즘 가을비가 잦다 보니 오랜만에 찾아온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날렵한 구름이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오늘 아침 지인에게서 반가운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2006년에 서로 만났으니 알고 지낸 지는 스무 해가 다 되어 갑니다. 도시 근교에 마당 딸린 단층 주택에 살고 있고 마당에는 풀밭, 장독대, 자두나무, 감나무, 수석(壽石,기이한 모양의 자연석)이 자연스레 자리하고 있어 이곳의 정감(情感)과 운치(韻致,고상하고 우아한 품위가 있는 멋)를 더해줍니다. 주변 논밭에는 이웃사촌이 벼농사를 짓고 있어 도시이지만 농촌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지인의 허락을 구하지 않았지만 함께한 세월의 깊이만큼 헤아려 주실 거라 생각되어 문자 내용을 소개해 봅니다.     



  자고 일어나서 마당에 나가보니 안개 바다입니다. 

  그 뿌우연 안개 속에 감 홍시가 매달려 있는 모습이 

  이제 늦가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가도 우리는 변치 않고 

  인정(人情) 주고받으며 재미있게 살아갑시다.

  가끔 술 생각나면 전화하세요

  생활의 시름을 한잔 술로 흘려보내고

  흔쾌히 웃으면서 나아갑시다.          



 자주 연락하지는 못하지만 서로 생각하는 마음이 깊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드는 지인 두 명 중 한 분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그런 지인 한두 분은 마음속에 모시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할 시는 고려 후기 총리를 지낸 이규보의 <몽당붓 사랑>입니다. 시인은 자신과 평생을 함께한 붓에 관해 재미 삼아 시를 남겨본다고 하며 시의 제목으로 삼고 있지만 그가 붓을 벗으로서 얼마나 아끼고 애정하고 있는지를 시의 행과 행 사이에서, 지나온 세월의 흔적과 깊은 믿음이 묻어남을 우리는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마음속 깊이 지닌 보름달처럼 이런 벗 하나둘 둘 수 있다면 삶이 좀 더 아름답고 깊으며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평안한 밤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此筆那輕擲(차필나경척) 이 붓 어찌 함부로 던지랴

  能成宰相身(능성재상신) 나를 총리로 만들어 주었는데

  今吾頭亦禿(금오두역두) 이제 내 머리도 똑같이 벗겨졌으니 

  兩老合相親(양로합상친) 두 늙은이 서로 벗하면 되겠네

 - 이규보(李奎報, 1168~1241), <몽당붓 사랑[희제구필(戱題舊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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