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일
오늘은 윤 유월 기망(旣望, 보름 다음 날)이자 말복(末伏)입니다. 입추(8월 7일) 전후로 거짓말처럼 기온이 떨어지며 바람이 선선한 것이 무덥고 습하긴 하지만 절기상으로는 가을이 다가왔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복을 짓는 일 세 가지를 떠올려 봅니다.
첫째, 상대방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 그 뜻을 지켜주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둘째,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줍는 일을 꼽습니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선수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복을 짓는 행동 중 하나로 남이 생각 없이 버린 꽁초 하나하나를 줍는 일이 자신의 복을 켜켜이 쌓아가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한 분야에서 대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은 생각 또한 남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침묵(沈默)입니다. 법정 스님은 “기도에 필요한 것은 침묵이다. 우주의 언어인 거룩한 침묵은 안과 밖이 하나가 되게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침묵은 내면을 밝게 비추는 거울입니다. 우리가 성당이나 교회, 절에 가면 묵상(默想)이나 명상(冥想)을 합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와 이웃, 무정물(無情物)과 유정물(有情物)에 대한 고마움과 성찰, 나아가 우주 자연의 조화와 균형, 상호연결, 상호 존재, 베풂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불가에서는 재물을 들이지 않는 베풂으로 무재칠시(無財七施)를 권합니다.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안시(眼施): 부드럽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
화안시(和顔施):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운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것.
애어시(愛語施): 사랑과 칭찬, 격려의 말을 해주는 것.
신시(身施): 몸으로 봉사하고 돕는 것.
심시(心施):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
좌시(坐施): 자리를 양보하는 것.
찰시(察施): 상대방의 상황을 살피고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 《잡보장경(雜寶藏經)》 6권, <일곱 가지 보시의 인연[칠종시인연(七種施因緣)]>
오늘도 엎드려 있는 복을 잘 달래어 복되고 복 짓는 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寵利毋居人前(총리무거인전) 사랑과 이익 받을 일 남 뒤에 하고
德業毋落人後(덕업무락인후) 덕을 쌓은 일은 남 앞에 하세
受享毋踰分外(수향무유분외) 분수 넘치게 사랑과 이익 누리지 말고
修爲毋減分中(수위무감분중) 분수 안에서 수양하는 일 매진하세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복 짓는 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