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일
반달과 맑은 하늘, 구름이 참 아름다운 계절에 두 손 모아 기도하듯 글을 씁니다. 요 며칠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 일로 그리고 교육공동체인 학부모와의 관계로 쪼금 힘이 들었습니다. 일이란 것이 한 번 터지면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밀어닥치는가 봅니다.
다행히 오늘은 푸른 하늘과 구름을 보며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마음에 들어 하는 말을 해주라고 평소 입버릇처럼 얘기하다가도 정작 저의 일이 되고 보니 많이 들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제 주장을 펼치며 옳고 그름을 따지려 했던 저의 모습을 돌아보니 참 부끄럽습니다.
관계는 잘 들어주기만 해도 90% 이상의 일은 잘 해결이 될 터인데 아집(我執)이 두텁다보니 일이 벌어진 후에 늘 후회하곤 합니다.
저 푸른 구름처럼
저 밝은 달님처럼
머무름 없이 머물고
또렷이 애쓰지 않아도 착 감기며
의도함이 없어도
자연스레 이뤄지는
우주만물과
내가 경계없이
하나 되는
평화로운 세상을
오늘도 꿈꿔봅니다
謝事當謝於正盛之時(사사당사어정성지시) 물러나려면 한창일 때 하고
居身宜居於獨後之地(거신의거어독후지지) 머물려면 홀로 뒤에 두어라
謹德須謹於至微之事(근덕수근어지미지사) 선행은 눈에 띄지 않게 하고
施恩務施於不報之人(시은무시어불보지인) 은혜는 갚지 못할 사람에게 베풀라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관계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