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일
한낮의 더위를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식혀주는 요즘입니다. 달력을 보니 9월 22일에 음력 8월로 접어들고 8월 23일 추분을 기점으로 밤이 점점 길어지게 됩니다. 가을밤 달을 보며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제 오십 줄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공자가 말한 하늘의 뜻을 짚어내는 일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다니고 있는 대학원 공부도 이제 내년이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갑니다. 학위 논문과 소논문 작성 관련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많고 정리되지 않았는데 때마침 학위를 먼저 마친 지인의 도움으로 깔끔하게 번민하던 일들이 정리가 된 것 같아 벗이라는 꽃의 향기와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삶의 난관에 부딪칠 때,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접했을 때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보듬어주는 일은 삶을 삶답게 아름답게, 그리고 기적으로 만드는 일 같습니다.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지 벗의 동선과 하는 일을 알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조금은 뜸을 들이며 서로가 서로의 내공을 쌓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일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벗이 벗다운 향을 품을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若得一知己(약득일지기) 만약 한 사람의 지기(知己,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얻게 된다면
我當十年種桑(아당십년종상 나는 마땅히 10년간 뽕나무를 심고
一年飼蠶(일년사잠) 1년간 누에를 쳐서
手染五絲(수염오사) 손수 오색실로 물을 들이리라
十日成一色(십일성일색) 열흘에 한 빛깔씩 물들인다면
五十日成五色(오십일성오색) 50일 만에 다섯 가지 빛깔을 이루게 될 것이다
曬之以陽春之煦(쇄지이양춘지후) 이를 따뜻한 봄볕에 쬐어 말린 뒤
使弱妻(사약처) 여린 아내를 시켜
持百鍊金針(지백련금침) 백 번 단련한 금침을 가지고서
繡我知己面(수이지기면) 내 친구의 얼굴을 수놓게 하여
裝以異錦(장이이금)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軸以古玉(축이고옥)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어
高山峨峨(고산아아) 까마득히 높은 산과
流水洋洋(류수양양) 한없이 넓게 흘러가는 강물
張于其間(장우기간) 그 사이에다 이를 펼쳐 놓고
相對無言(상대무언) 서로 마주보며 말없이 있다가
薄暮懷而歸也(박모회이귀야) 날이 뉘엿해지면 품에 안고서 돌아오리라
- 이덕무(李德懋, 1741~1793) <벗이라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