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비, 10대와 생태적 삶을 노래하다
淸新纔罷浴(청신재파욕) 맑은 새벽에 목욕을 마치니
臨鏡力不持(임경력부지) 거울 앞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네
天然無限美(천연무한미) 천연의 무한한 아름다움이란
摠在未粧時(총재미장시) 아직 단장하기 전에 있구나
-최해(崔瀣, 1287-1340), <연꽃[風荷(풍하)]>
최해는 최치원의 후손이자 고려 시대 문장가이며 성균학관을 거쳐 예문춘추검열 등 여러 벼슬을 지냈습니다. 성격이 강직하고 타협을 몰라 조정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말년에는 농사를 지으며 저술에 힘썼습니다.
묘하게도 그의 이름의 뜻인 ‘이슬 기운’과 바람에 흔들리는 연꽃[風荷(풍하)]는 많이 닮은 듯 합니다. 그의 삶 자체가 세속에 있되 물들지 않는 연꽃 같은 삶이라 더 그러하겠지요.
요즘 남녀 가리지 않고 미(美)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천연의 무한한 아름다움’은 자신을 꾸미지 않은 모습에서 드러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장인, 장모님과 처제, 그리고 아내와 아들 이렇게 6명이 한집에 살고 있습니다. 장인, 장모님이 남은 생의 소일거리로 무인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페 앞 테라스에는 각종 꽃과 나무를 심어 두고 아침마다 장인, 장모님이 물을 주며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습니다. 그 중 커다란 단지에 연꽃 서너 송이를 함께 기르고 있는데 가끔씩 수면 위로 얼굴을 수줍게 얼굴을 내밀며 꽃을 피워내는 모습이 신비하기도 하고 무료한 삶에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 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자세히 보아야 사물의 진면목을 알 수 있듯 우주를, 지구를, 지구 생명을, 작은 생명과 무생명들을 나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돌아보듯 애정과 관심을 쏟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래 시는 최근 《걷는 독서》라는 인생의 성찰이 담긴 책을 발간한 박노해 시인의 <사라진 야생의 슬픔>입니다. 생태적 삶의 지혜가 담긴 글이라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산들은 고독했다.
백두대간은 쓸쓸했다
제 품에서 힘차게 뛰놀던
흰 여우 대륙사슴 반달곰 야생 늑대들은 사라지고
쩌렁 쩡 가슴 울리던 호랑이도 사라지고
아이 울음소리 끊긴 마을처럼
산들은 참을 수 없는 적막감에
조용히 안으로 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산들은 알아야만 했다
사라진 것은 야생 동물만이 아니었음을
이 땅에서 사라진 야생 동물들과 함께
야생의 정신도 큰 울음도 사라져버렸음을
허리가 동간 난 나라의 사람들은
다시 제 몸을 동강 내고 있다는 걸
산들은 참을 수 없는 슬픔에
조용히 안으로 울고 있었다
-박노해, <사라진 야생의 슬픔>,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10대 생각
· 이 시에서 ‘천연의 무한한 아름다움’은 꾸미지 않는 모습에서 드러난다는 내용을 보고 나의 내면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질 수 있도록 바른 생활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 야생의 천진함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로는 남을 자세히 살피고 양보하며 배려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면 나의 기분도 좋아진다. 나의 내면의 연꽃인 ‘경청’하는 마음을 잘 길러나가야겠다.
· 나의 내면의 연꽃은 ‘그림’ 그리는 일이다. 그림으로 꿈을 키우고 그것으로 남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
· 연꽃이 그냥 아름답기만 한 줄 알았는데 그것의 덕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깨끗하고 상쾌하게 해주며 치유의 효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겉모습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너무 꾸미려고도 하지 않으며 욕심을 적당히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 밝은 인사성이 내 내면의 연꽃인 것 같다. 집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 동네 주민들이 보이면 인사를 하는데 이 밝은 인사성이 나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 10대로서 내면의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명상을 하거나 산책하는 시간을 가지면 내면을 돌보는 훌륭한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 자세히 보아야 사물의 참된 모습을 알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어 감사하다.
· 주말에 일찍 일어나서 세수한 다음 거울을 보니 외출하려고 준비할 때 거울을 본 것보다 본래의 내 모습에 더 가깝고 괜찮다는 느낌이 든 적이 있다. 이 글을 읽고 그때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 나의 내면의 연꽃은 ‘끈기’이다. 연꽃이 예쁘게 피어나는 것을 보려면 끈기가 필요하듯 나 자신도 좀 더 큰 나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기다림과 끈기라는 덕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나의 내면의 연꽃은 무엇인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2. 야생의 천진(天眞: 꾸밈없이 자연 그대로의 참됨)함을 유지하려면 10대로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