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에게 청주와 쌀밥을

우리 선비, 10대와 농사를 노래하다

by 은은


力穡奉君子(역색봉군자) 힘들여 농사지어 군자를 봉양하니

是之謂田父(시지위전부) 그들을 일컬어 농부라 하네

赤身掩短褐(역신엄단갈) 알몸을 단갈(천민들이 입는 옷)로 가리고는

一日耕幾畝(일일경기묘) 매일같이 얼마만큼 땅을 갈았던가

才及稻芽靑(재급도천청) 벼 싹이 겨우 파릇파릇 돋아나면

辛苦鋤稂莠(신고서낭유) 고생스럽게 호미로 김을 매지

假饒得千鍾(가요득천종) 풍년 들어 천종(많은 양)의 곡식 거두어도

徒爲官家守(도위관가수) 한갓 관청 것밖에 되지 않는다오

無何遭奪歸(무하조탈귀) 어쩌지 못하고 모조리 빼앗겨

一介非所有(일개비소유) 하나도 소유하지 못하고

乃反掘鳧茈(내반굴부자) 땅을 파 부자(돌미나리)를 캐 먹다가

飢仆不自救(기부부자구)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다오

除却作勞時(제각작노시) 노동할 때 아니라면

何人餉汝厚(하인향여후) 어느 누가 이들에게 좋은 음식 먹여 줄까

所要賭其力(소요저기력) 목적은 힘을 취하기 위해서이지

非必愛爾口(비필애이구) 이들의 입을 아껴서가 아니라오

-이규보, <국령(國令)으로 농민들에게 청주와 쌀밥을 먹지 못하게 한다는 소식을 듣고[聞國令禁農餉淸酒白飯(문국령금농향청주백반)]>


오늘은 농민과 관련된 한시를 가지고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 시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 보면 알겠지만 제목 자체에서도 이미 당시 농민에 대한 불합리하고도 불공정한 대우를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군자는 지배 계급을 말합니다.


농민들은 제대로 된 옷도 갖추어 입지 못하고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오로지 땅만 바라보며 힘든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풍년이라도 정작 본인과 처자식의 입에 곡식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 관청에 세금으로 바치는 것이 구할 이상이었습니다.


정작 노력한 당사자는 그 노력만큼의 댓가를 받지 못하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땅 주인인 지배 계급에 돌아가고 말았지요. 힘든 노동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나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시에서와 같이 부자나 풀뿌리 등을 캐먹거나 그것으로 멀건 죽을 끓여 먹곤 하였으니 이들의 가난함과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배층의 경사스러운 날이나 힘든 일을 더 잘 시키기 위해 가끔 쌀밥에 고기 반찬을 허락할 뿐 농민들을 존중하고 잘 대우하기 위함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양의 곡식을 취해서 술을 빚으면서도 농민들에게는 술과 밥을 허락하지 않다니 이 얼마나 불합리한 처사이자 부당한 대우인지요? 오늘날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국내외에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남미나 아프리카 등에서 농민은 옥수수나 콩, 밀 등의 작물을 심어서 수확하지만 자국에서는 해외로 수출을 해 버리고 정작 농민들은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에 쓰러지고 굶어죽는 일들이 허다합니다. 이해 당사자인 다국적기업과 관료들만 배불리는 일을 하고 이들의 인권과 노동의 가치, 단작으로 인한 산림훼손, 수자원 훼손, 토양유실과 오염 등을 나 몰라라 하는 일이 현재까지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나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덕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자연과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함께 더불어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자세와 태도를 지녀야 할는지요?


의식주는 사람살이에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요소인데 이를 생산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제대로 이들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희망과 청사진을 그려 나갈 수 있을까요?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모습에서 국민성과 그 나라의 품격, 생태적 감수성과 영성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0대 생각


· 우리가 항상 먹는 밥 즉, 우리의 식량은 거의 다 농민분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이분들을 잘 대우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 시절의 농민은 사회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약하고 힘없는 구성원이었다. 오늘날은 지위 면에서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사회적 불평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농민을 포함한 사회적 불평등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각하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 불공평한 점에 대해 맞서 싸울 용기를 지녀야겠다.


· 농사는 우리의 의식주 중 음식을 나타내며 지금의 삶을 유지시키고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등 큰 책임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농업 환경이 붕괴된다면 우리의 많은 것 혹은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일단 밥이 우선이긴 하지만 우리 같이 어린 사람들은 무언가를 끝까지 키울 수 있는 끈기를 주는 곳이므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농민들이 우리들을 위해 매일매일 쉬지도 못하고 농사를 짓고 추수하여 우리들을 먹여 살려주기에 감사하다.


·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회적 약자가 되었을 때 우리에게 똑같은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으므로 이들을 잘 대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열심히 일하고도 굶어 죽기 직전의 왜소한 농민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 아팠다.


· 농민들은 우리를 위해 힘들게 농사를 짓기 때문에 잘 대해드려야 하고 사회적 약자들은 우리보다 힘들게 살아가기 때문에 잘 대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농민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잘 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 농사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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