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비, 10대와 성품을 노래하다
我身在山裡(아신재산리) 산속에 있으니
幽興湧如山(유흥용여산) 산처럼 그윽한 흥이 솟구쳐 오르네
木葉仍風落(목엽잉풍락) 바람에 나뭇잎 지고
江亭過雨寒(강정과우한) 비 지나가 강가 정자가 차네
詩情勝對月(시정승대월) 달이 뜨자 시적 정취 일어나고
秋色共依欄(추색공의란) 난간에 기대니 모두가 가을빛
役役紅塵客(역역홍진객) 벼슬길에 분주한 나그네라면
不煩來此間(불번래차간) 여기에 굳이 올 것 없겠지
-이덕무(1741~1793, <비 온 뒤에[우후(雨後)]>
이덕무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서 어려서 병약하고 집안이 가난하여 책을 살 형편이 못되었고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박지원(朴趾源)·박제가·홍대용(洪大容)·서이수(徐理修) 등 북학파 실학자들과 교유하면서 많은 영향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정조 임금 때는 규장각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많은 서적을 정리하고 조사하여 교정하였고, 많은 저서 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가을날 비 온 뒤에 산속 정자나 사찰을 찾았을 때 이덕무 시인처럼 그윽한 흥이 솟아오르는지요? 아직은 초가을이라 단풍이 들기 전이지요. 시심(詩心 : 시적 흥취나 시를 짓고자 하는 마음)은 고요한 풍경 속에서 더 잘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삶과 우주 자연의 이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나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마음을 잘 열어 놓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10대 때는 학교와 학원, 이성 문제로 20대에는 취업과 장래에 대한 고민으로 3~50대에는 가정을 이루고 돌보는 일과 직업적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립니다. 이것이 현대인의 자연스러운 일상이기도 합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이뤄갈수록 우리 내면은 그에 비례해서 점점 쪼그라들고 불안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비 온 뒤 안개가 끼는 산속 풍경,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 가을밤 달을 바라보며 느끼는 그윽한 정취들, 풍경들을 TV와 스마트폰에 반납해버린 결과가 아닐까요? 아니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적당한 소음과 즐길 거리, 볼거리, 살 거리에 너무 취해 버린 나머지 자연은 심심하고 즐길 것이 없다고 지레 짐작해버린 건 아닐는지요?
비 온 뒤의 풍경을 감상하고 소외된 내면을 살찌우려면 심심함을 견뎌내고 다룰 줄 아는 시적 정취와 악기 하나는 다룰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모두 우주 대자연의 한 부분일 뿐이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듯 자연의 품을 늘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삭막함, 경쟁적인 인간관계, 매연, 소음, 빛 공해 등을 뒤로하고 태초의 우리가 태어난 곳, 고요를 즐기기 위해서 또는 참 나를 찾기 위해 고향의 엄마 같은 자연의 품에 오늘부터 안겨보는 건 어떨는지요?
10대 생각
· 우리들은 TV나 스마트기기에 빠져 맑은 바람 소리, 나뭇잎 날리는 소리, 벌레 우는 소리 등 신비로운 자연의 소리를 들을 기회가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를 읽으니 예전에 보고 들었던 자연 풍경이 생각이 나서 자연을 다시 한 번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비가 와서 쌀쌀한 온도와 안개 낀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켠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 우리 고장에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도시의 삭막함으로 인해 메말라가는 감수성을 자연 속에서 채울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밤에 경화역을 걷다 보면 귀뚜라미 소리와 우산에 비가 부딪치는 소리가 어우려져 마음 또한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 사이다
비가 오는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
주변을 넌지시 바라보노라면
하늘에서 사이다가
세상에 청량감을 전해주고자
떨어지고 있다
· 비 오는 날은 커다란 빗소리와 대조적으로 먼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잔잔해지고 편안해짐을 느낀다.
· 고마운 비
우리에게 찜짐함을 주는 비
우산을 챙기게 하는 비
단점이 많은 비
그러나
농부에겐 금같은 비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비
고마운 비
· 비가 지나간 뒤의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을 떠올릴 수 있어 감사하다.
· 도시에서는 저마다 바쁘고 힘들게 살아간다. 그러기에 가끔 산도 찾아가며 천천히 가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어 감사하다.
· 비 오는 날 산에 가면 향긋한 비 냄새를 맡으며 걸을 수 있다. 산의 경사진 곳에 물이 조금씩 졸졸 흐르는 모습과 안개 낀 산의 풍경이 아주 예쁜 그림처럼 다가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 비 오는 날 자연에 있으면 나 혼자 고립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다른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신비하면서도 기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비 오는 날 산이나 주변 경치를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요?.
2. 비 오는 날 자연 속에서 있을 때의 느낌을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감 등 오감을 동원해서 표현한다면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