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우리 선비, 10대와 성품을 노래하다

by 은은



泠泠溪水向人鳴(냉냉계수향인명) 졸졸졸 시냇물 사람 향해 우니

疑是幽音空外生(의시유음공외생) 그윽한 소리가 허공에서 들리는 듯

十月雨來石出後(십월우래석출후) 시월 내린 비에 돌의 자태 드러나니

淸流一一作琴聲(청류일일작금성) 맑은 시내 하나같이 거문고 소리 나네

-이덕무, <석주집의 운자(짝수 구 끝 글자: 생, 성)를 빌려 나란히 기록하다[(차석주집운 병서(次石洲集韻 幷書)>



이 시는 이덕무가 서울 남산 밑 장흥동(長興洞)에 살 때인 1760년 스무 살 몸이 아플 때 지은 글입니다. 사람이 건강하다가도 한 번씩 몸살을 앓거나 심하게 아프게 되면 자신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되곤 합니다.

석주는 조선 중기 때의 시인인 권필(權韠, 1569~1612)의 호입니다. 그는 시 짓는 재주가 뛰어났고 자기 성찰을 통한 울분과 갈등을 토로하며 잘못된 사회상을 비판, 풍자하는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가사 문학의 대가 송강(松江) 정철(鄭澈, 1536∼1593)의 제자이기도 합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참고>

이덕무가 석주 권필이 지은 시의 운자 ‘생(生)’과 ‘성(聲)’자를 빌려 시를 지은 까닭을 헤아려 보자면 첫째, 그의 뛰어난 시 짓는 재주에 반해 그의 시를 즐겨 읽으며 암송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자신의 뛰어난 재주에도 불구하고 서얼이라는 신분적 제약으로 인해 고위 관리가 되어 자신의 뜻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점이 벼슬할 수 있음에도 벼슬하지 않고 평생 시인으로 산 권필의 삶과 겹쳐졌고 그의 삶과 시에서 많은 위안과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 또한 건강할 때와는 다르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또한 저 혼자 흘러가는 것인데 마치 자기 자신을 향해 우는 것 같다고 이덕무는 말합니다.


요즘처럼 시월에 비가 자주 내리면 시냇가 돌 또한 말갛게 잘 씻겨져 깨끗하고 반짝반짝하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의 때 묻은 마음도 빨래하듯 비에 잘 씻고 햇볕에 잘 말릴 수 있다면 매일의 일상을 대하는 마음가짐 또한 달라지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20대 때에는 거문고를 어깨에 매고 대학 정문을 통과하면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교직 생활 4년 차에 들어설 무렵 학생 생활지도로 인한 개인적인 어려움과 대학원 공부에 대한 열망이 강해서 서울에 마침 대학의 은사님도 계시고 해서 미리 찾아뵙고 공부를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생활이란 게 수업이 없으면 참 무료합니다. 학교 인근에 자취방을 구한 뒤에 수업이 없는 날이면 책을 읽거나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를 만나는 시간 외에 저녁 시간에 거문고를 1년 반 정도 배우러 다녔습니다. 창경궁 돌담길을 지나 거문고 선생님을 만나 뵈러 가는 길이 참 즐거웠습니다. 제가 여태껏 해보지 못했던 악기를 배우는 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 거문고를 배우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또한 학업도 중요하지만 여러분의 마음을 잘 보듬을 수 있는 악기를 하나 다룰 줄 알고 늘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다면 굳이 산과 계곡을 찾지 않더라도 1년 365일 내면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0대 생각


· 몸이 아프신데도 불구하고 힘든 몸 일으켜 이렇게 좋은 시를 전해주셔서 감사하다. 나도 그의 자세를 본받아서 몸이 아프고 힘들더라도 내 삶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몸이 건강할 때는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이 내 몸이 아픔으로 인해 창밖 풍경과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 적이 있었다.


· 정말 남산에서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처럼 느껴졌다.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시로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 시를 읽고 내 마음을 비울 수 있어 감사하다.


· 시냇물 소리가 마치 사람이 우는 소리처럼 느껴져서 자연이 나랑 함께 울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아플 때 해가 지면서 노을이 떠오르는 풍경을 자주 보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왜 내가 아픈거지?”하고 너무 힘들어하며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 맑은 소리가 나는 악기를 배우고 싶다. 다른 악기와 섞여야 하는 악기가 아니라 그것 하나만으로도 좋은 소리가 나오는 악기를 배우면 하나의 악기로 다양한 곡을 연주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악기를 배울 때 집중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되면 나의 내면을 더 잘 가꿀 수 있게 될 것 같다.


·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매일매일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조금 연주할 수 있는 플롯을 다시 한번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들으면서 내 마음이 경쾌해지곤 했다.


· 가끔 크고 시끄럽게 내리지만 금방 그치며 공기가 깨끗해지는 소나기처럼 어떤 고난도 금방 지나가리라 믿는다. 이 시를 읽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어 감사하다.


· 내 건강과 마음 상태에 따라 풍경이 다르게 느껴지곤 하였다. 몸과 마음이 들쑥날쑥하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배우고 싶은 악기는 바이올린이다. 이 악기를 통해서 나의 내면을 연주하고 싶고 바이올린이 맑은 소리를 내듯 내 내면도 공명하며 맑아질 것 같다.


· 사는 게 힘이 들 때 마음을 잘 보듬을 수 있는 악기 하나를 다룰 수 있다면 굳이 자연을 찾지 않아도 그것을 내 안에 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 날은 좋은데 마음이 아파서 온 세상이 깜깜한 색으로 보일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잠시 눈을 감고 나 스스로를 위로해 주곤 한다.


· 몸이 아플 땐 평소 하던 생각보다 극단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 아파서 조퇴했는데 하늘이 너무 맑아 아픈 것도 다 나은 것 같은 기분이 든 적이 있다. 내가 악기를 배우게 된다면 바이올린을 연주해보고 싶다. 이를 통해 나의 내면이 더 성장하게 될 것 같다.


· 수업을 듣다 지루하고 몸이 힘들어지면 창밖을 보곤 한다. 창밖에 새파란 하늘과 구름이 보이면 이 구름이 무얼 닮았는지 생각하다 한 교시를 날려버리곤 한다. 이렇게 공상을 하고 나면 내내 바빴던 내 마음이 여유로워져 이런 행동들에 중독성이 생기곤 한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여러분은 몸이 아플 때 늘 보던 풍경이나 생각이 다르게 느껴진 적이 있다면 그 경험을 적어보세요.

2. 여러분이 악기를 배운다면 어떤 악기를 배우고 싶나요? 그 악기를 배운다면 여러분의 내면은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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