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비, 10대와 성품을 노래하다
簷虛足延望(첨허족연망) 처마 끝이 툭 틔어 경치가 시원하니
床窄劣容眠(상착열용면) 침상이 좁아 잠자리는 불편할지언정
箇裏生涯足(고리생애족) 예서 살아가면 만족이 있으니
那須問計然(나수문계연) 부자 되는 방법 알아 무엇 하겠소
-장유(張維, 1587~1638), <우화이절(又和二絶)> 중 제1수
오늘은 조선 중기 문장가인 계곡 장유 선생님의 <시골집>과 관련된 한시로 함께 얘기 나눠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시골집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지요? 저는 온돌방, 밤하늘을 새하얗게 수놓은 별들, 마을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 넓은 마당, 온돌방, 시냇물, 부뚜막, 외양간, 강아지, 닭, 경운기, 들판을 파랗게 또는 누렇게 수놓은 보리와 벼, 감나무 등이 떠오릅니다. 무엇보다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따스한 품과 정이 그리워집니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법정 스님께서 불임암에서 집을 짓고 둘레에 후박나무와 파초, 텃밭을 가꾸며 홀로 십 수년간 수행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는 평소 ‘최소한의 욕심’, ‘간소한 삶’, ‘텅 빈 충만’, ‘침묵의 뜰’, ‘무소유의 삶’을 생전에 몸소 실천하였습니다.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추분이 지나면 밤이 점점 길어집니다. 밤이 길어지는 만큼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게 되고 하릴없이 시간만 때우며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저 자신을 다른 계절에 비해 자주 돌아보게 됩니다.
‘세월이 참 빠르구나’, ‘올해는 계획한 일들을 제대로 이루었나’, ‘다른 사람과 생명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나’,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등등의 일을 반성하곤 합니다.
장유 선생님은 시골집에서 비록 방이 좁아 잠자리가 불편한 것보다 집에다 자연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일에 더 큰 만족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넓은 아파트가 나은지요? 아님 너른 마당에서 텃밭을 가꾸며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주택에 살고 싶은지요?
우리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람마다 취향과 선호도과 다르긴 하지만 저는 평소 독서와 명상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서는 저 자신을 바로 세워줍니다. 선현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온기가 돋아남을 느끼곤 합니다. 최근에는 저명한 동양철학자이자 교수, 한의사이기도 한 도올 김용옥의 《도올주역강해》를 긴 분량이긴 하지만 읽고 있습니다. 제가 그의 저서를 읽는 이유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박식함과 고전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사유 방식이 저의 취향에 맞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배울 점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한 작가의 여러 글을 꾸준히 읽는 것 또한 독서의 여려가지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의 사유의 폭과 독특한 관심사를 엿볼 수 있고 글쓰기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명상은 주로 걷기 명상을 평일에는 저녁 시간을 활용하여 주말에는 아침과 저녁 등 틈나는 대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이 낳은 세계적인 평화운동가이자 영적 스승인 틱낫한 스님의 글을 많이 접했었고 요즘의 화두(話頭)는 ‘깨어있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뇌의 휴식인 ‘멍 때리기’를 가끔 하곤 하는데요. 산책을 통한 걷기 명상도 이와 비슷한 효과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저는 걷거나 운전할 때 등 틈만 나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워 어떤 일을 추진하면 좋을지’, 우주 삼라만상의 안녕과 행복, 조화와 균형을 빌어보기도 하고 가족과 이웃, 사회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해 보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취미와 활동 등을 찾아보고 실천해나가며 삶의 재미를 알아가는 날들이 될 수 있도록 기원해 봅니다.
속셈 없는 삶, 자연에 폐 끼치지 않고 살아 있는 생명을 존중하며 그것과 늘 가까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공간과 여유를 가진 삶이야말로 돈 많은 부자의 바쁜 삶보다 훨씬 낫다고 장유 선생님은 말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10대 생각
· 평소 짜증을 냈던 모든 일들이 이해가 되고 또 괜찮아져서 감사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삶의 장애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내 행동을 다시 되돌아보고 또 생각하며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것은 재미이다. 인생을 재미있게 살면 즐거움과 행복이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욕심 없는 삶을 살게 된다면 인내심이 깊어질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지만 참고 인내할 줄 알면 비록 아쉬움은 있겠지만 만족감을 주고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행복이다. 내가 행복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고 다툼 또한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내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가치는 성실이다. 그것을 추구하면 나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이 뿌듯함이 부지런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내가 생각하는 욕심 없는 삶은 ‘근심이 없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다 보면 근심 또한 사라지게 되고 마음 또한 안정되기 때문이다.
· 장유 선생님의 글을 읽고 따라 쓰다 보니 시골에서의 삶의 장점을 알게 되었고 어쩌면 이곳에서의 행복한 삶이 세상 그 어떤 부자의 삶보다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시를 읽고 시골 밤하늘의 별들, 가을 단풍에 물든 산의 풍경이 떠올라 푸근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욕심 없는 삶은 편안하지만 재미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주로 욕심과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피로와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피로와 고통이 적기에 몸과 마음이 편안할 것이고 욕심으로 인해 얻는 것이 없기에 삶에 큰 재미와 희열은 없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 욕심 없는 삶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만 갖게 하고 불필요한 것을 없애주어 나의 생활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내가 생각하는 욕심 없는 삶이란 남에게 베풀 줄 알며 배려하고 양보하는 삶이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고 더 가지고 싶은 것이 있어도 절제할 줄 아는 삶이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자 자세라고 생각한다.
· 나는 평소 아파트에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는데 시골에서 사는 것이 더 건강에 좋고 행복할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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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주가 보장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어 감사하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웃는 하루가 지속되어 감사하다. 사소한 것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 돈이 없어도 부자가 아니어도 자신의 삶을 불평하지 않고 순리대로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아는 삶이 욕심 없는 삶인 것 같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여러분이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가치는 어떤 것이며 그것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2. 욕심 없는 삶,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삶이란 어떤 삶인지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