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

10대, 우리 선비와 성품을 노래하다

by 은은


우리는 늘 하루하루를 걱정과 준비 속에 살아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헐레벌떡 세수하고 아침밥은 챙겨 먹는 둥 마는 둥 학교를 나서게 됩니다. 오늘 학교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방과 후에 학원을 가면 어떤 수업을 하게 될는지 학원 수업이 끝난 후에는 뭘 할지 독서실에 갈지 아니면 집에서 공부해야지 하다가 이내 집에 와서는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거나 게임을 한 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기다 잠이 들게 되곤 합니다. 그야말로 정신없는 생각과 삶의 연속입니다. 이렇듯 우리 10대들은 하루 일과만 소화하기에도 숨통이 막힐 지경입니다.


옛 선현들은 하루아침의 걱정거리가 아닌 평생 내가 짊어지고 갈 걱정거리를 가슴속에 간직하며 살아가라고 조언합니다. 오늘은 그 대표적인 분으로 뛰어난 재주에도 불구하고 세조의 왕위 찬탈에 분개하여 읽고 있던 책을 불사르고 평생 지조를 지키며 유랑생활을 한 ‘길 위의 시인’ 김시습을 만나보고자 합니다.



無一時之朝(무일시지조) 하루아침의 걱정이 아닌

而憂終身之憂(이우종신지우) 평생의 근심을 걱정하라

- 김시습, 1435~1493) 「북명(北銘)」



그의 평생의 고민은 「북명」이라는 좌우명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전체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水一瓢食一簞(수일표사일단) 한 쪽박의 물과 대그릇의 밥일망정

切勿素餐(절물소찬) 공밥은 먹지 말고

受一飯使一力(수일반사일력) 한 그릇을 먹으면 한 사람 몫을 하되

須知義適(수지의적) 의리에 맞는지 알아야 하리

無一朝之患(무일조지환) 하루아침의 근심이 아니라

而憂終身之憂(이우종신지우) 평생의 근심을 걱정하고

有不病之癯(유불병지구) 여윔을 걱정말고

而樂不改之樂(이락불개지락) 뜻 바꾸지 않는 즐거움을 즐겨야 하리


밥 한 그릇을 먹더라도 한 사람만큼의 몫을 하고 밥을 먹으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 자신 일정한 벼슬과 거처가 없고 때로는 출가하였다가 환속하기를 반복했던 사람으로서 늘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져가며 공밥을 먹게 되는 처지였기에 더욱 그러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세조의 부름에도 평생 벼슬을 하지 않은 생육신(生六臣)으로서 비록 몸이 수척해지고 병들어 굶어 죽을지언정 하루의 거처와 끼니를 걱정하지 않으며 한평생 지조를 지키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던 그의 날 선 정신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배워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10대들의 하루 아침의 근심은 대체로 수신(修身)인 학업 문제와 관련되어 있었고 평생의 근심은 어떻게 하면 나와 남,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평안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무척 대견하고 어른스러워 보였습니다. 소위 물질적·경제적 부를 이룬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닌 정신적 풍요와 부가 넘치는 사회를 그리고 있어 우리 10대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는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삶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보게 됩니다.


10대 생각


· 나는 이 글에서 ‘평생의 근심’이란 말이 조금 생소했다. 하루아침의 근심은 조금만 걱정하다 보면 이내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평생의 근심’은 날 평생 근심하고 걱정하게 하며 날 괴롭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김시습이 말하는 평생의 근심이란 이웃과 사회를 위해 내가 어떤 뜻을 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물욕적이거나 일시적인 근심이 아니었다. 김시습의 고귀한 근심처럼 사적인 하루아침의 근심이 아닌 공적인 평생의 근심을 품고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 나의 하루의 걱정은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본분인 공부, 가족관계, 교우관계 등이다. 무슨 일이든 편하게 생각하려 노력하지만 근심은 짧은 시간에 수십 가지로 늘어난다. 그래도 나는 내 문제보다는 남의 근심을 덜어주는 일에 관심이 많고 나보다 힘든 친구를 보며 그래도 ‘나는 행복하구나’하고 안도한다. 나의 근심과 걱정보다는 남의 걱정에 관심을 두는 일이 평생의 근심이며 역설적이게도 나의 행복인 것 같다.


· 나의 하루아침의 근심은‘숙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인데 이런 근심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평생의 근심은‘가난한 사람을 어떻게 도울까’,‘서로 다투는 이웃을 어떻게 화해시킬까’ 등인데 하루아침의 근심보다 평생의 근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 글을 읽고 알게 되었다.


· 누구나 미래와 미래의 직장, 돈, 운에 대해 걱정하며 살아간다. 나도 김시습처럼 좋은 꿈을 품고 살아야겠다.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내가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살아야겠다.


· 내가 생각하는 매일의 근심은 어떻게 하면 발표를 잘하게 될지와 같은 것이다. 이런 일은 한 번 실수를 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거나 내 삶의 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생의 근심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해야겠다. 이 세상을 좀 더 살만하고 아름답게 가꿔 나가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내가 원하는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지식과 경험을 쌓아 사회 현안들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이 세상을 좀 더 살만하고 아름답게 가꿔 나가기 위해 10대로서 자신의 진로를 찾고 꿈을 향해 노력하여 세상의 새로운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나는 매일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고 그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일기를 써도 좋을 것 같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봉사 활동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 나의 좌우명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이다. 각박하고 숨통이 막히는 세상에서 이 좌우명이 나에게 큰 힘을 주어 너무나도 고마웠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밥 한 그릇을 먹어도 그 밥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여러분의 하루의 근심과 평생의 근심은 무엇인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2. 이 세상을 좀 더 살만하고 아름답게 가꿔 나가기 위해 10대로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나를 지키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