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에 첫경험을 했다.
나의 첫 상대는 그때 만난 남자친구였고 그도 스물에, 내가 처음이었다.
우리는 3년을 만났고 3년간 문제없이 몸을 섞었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건 정상적이지 않은 성관계였다.
우리 사이에는 어떤 벽이 있었다.
서로의 취향을 묻지 않았고 어떤 무언가도 드러내지 않은 채 '일반적'인 느낌의 섹스만을 했다.
때가 되면 입을 맞추고 습관 같은 몇 가지 애무를 하다가 삽입하고 사정하는.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 뱉어주며 다정하게 몸을 쓰다듬었지만 그건 본능이 한 게 아니었다.
섹스란 온당 그런 것이라는, 잘 때는 그런 걸 하는 거라는, 잘 배운 성윤리의 발현으로 서로에게 뱉은 다정함이었다.
몸이 아닌 머리로 했기에 우리는 따듯했을지언정 뜨겁지는 않았다.
나도 그도 서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그는 어땠는지 몰라도 나는 나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으레하는 섹스. 내 쪽에서 그건 연인사이의 의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렸던 탓이려나-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꼭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어려서부터 영민하게 스스로의 기호를 따져 묻는 갓어른들이 있으니 나는 좀 미숙한 편이었던 듯도 하다.
그와 헤어지고 만난 다음 남자친구는 내가 두 번째 관계 상대였고, 나 또한 같았다.
썸을 타고, 좋아하고, 사귀고, 시간을 가진 후, 잤다. 당연히 그래야 할 거 같기도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몸이 달아오르는 기분 같은 건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몸부터, 그런 건 나와 거리가 멀었다.
첫 번째 연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나는 으레 섹스했다. 그렇게 반년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그런 질문을 받았다. 너는 어떻게 하는 걸 좋아하느냐고 말이다.
-어떻게? 뭘 어떻게?
-아니, 나랑 잘 때 어떻게.
-그니까 뭐가 어떻게?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느냐고.
-네가.. 어떻게?
스스로에게 한 번도 물어본 적 없는 질문이었기에 대답은 바로 뱉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섹스가 '어떻게'도 가능한 영역인가? 그냥 입 맞추고 그냥 넣고 그런 거 아닌가. 그게 뭐가 어떻게가 있나.
-너는 어떻게가 좋은데?
-내 성향?
-음, 뭐. 응.
너는? 하고 되물으니 그는 무슨 무슨 어려운 단어를 얘기하며 자기는 그거라고 했다.
경력직은 경력직이었다. 둘 다 어수룩한 지난 연애와 달리 이번 애인은 조금 달랐다. 그리고 덧붙인 애인의 설명. 자기는 그간 나와한 섹스가 좋았지만, 재미는 없었다고 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자기는 '일반적'섹스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고. 그 말은 내게 전혀 상처가 아니었다. 나도 섹스가 재미없기는 매한가지였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그때 어떤 필요성 같은 걸 느끼는 중이었다. 어른들이 속궁합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 말도 이해하고 싶었고 나도 어쩔 수 없이 침대에 오르는 일은 이제쯤 관두고 싶었다. 아프기만 한. 해야 해서 하는. 그런 섹스는 나도 정말 별로던 참이었다.
과학용어 같기도 하고 요상한 그의 취향 검색을 시작으로 구글에 성적 취향에 대해 검색해 보니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취향이 정말 많았던 거다.
네크로필리아, 페도필리아, 스캇, 메노필리아.. 등 듣도 보도 못한 성향들이 빼곡 정리된 게시글도 읽게 되었다. 애인의 성향 정도면 지극히 정상 범주였다.
너무 극단적인 사례들에 반감만 늘어가고 있던 중 발견하게 된 성향자 테스트. 섹스와 관련된 여러 가지 질문들에 답을 하면 MBTI처럼 성적 성향을 분석해 주는 테스트였다. 남자친구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어야 했기 때문도 있지만 나도 이제는 나를 좀 알고 싶기도 했다. 자세를 고쳐 앉아 꽤 진지한 태도로 검사를 시작했다.
마치 진단명과도 같은 어려운 용어로 정의된 단어의 조합. 그게 내 성향 분석 결과였다. 다행히 그리 특이한 부류는 아니었고 나와 같은 성향을 가진 여성들의 퍼센트 통계치와 함께 나는 어떤 상대와 궁합이 잘 맞는지도 적혀있었다.
그것을 구글에 검색하고 그 성향과 관련된 AV도 그때 처음 찾아봤다.
그간 성에 호기심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확실히 관심 있는 분야, 혹은 좋아하는 쪽의 것은 아니었던 터라 그때 그 일은 내게 아주 생경하였다.
또 동시에 흥미로웠다.
나는 마치 사춘기 소년처럼 꼭 하면 안 되는 걸 하는 어린아이처럼 밤에 혼자 몰래 AV를 봤다.
여러 뜨거운 밤을 홀로 보낸 끝에 나는 남자친구에게 나의 성향을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말이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