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1

by 윤지수

호통. 고함. 윽박. 위악. 부릅.

암튼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위압적 여야.

무려 29명의 남자 중학생의 담임을 맡아내려면.

그게 나처럼 작고 둥글게 생긴 젊은 여선생이라면 더더욱.


한 달 내내 힘껏 웃어주지 않았다.

사랑도 참고 칭찬도 누르고 혼만 냈다.

그럼에도 저 이쁜 것들은 기특하게 제 몫의 웃음을 받아낸다.

기어코 나를 해제시키고 녹이고 결국 다정하게 한다.


오늘은 벚꽃비 아래 옆반과 축구 대결을 했다.

지난밤부터 핸드폰이 시끄럽게 전략을 짜더니

우리 반의 히든은 나랜다.

내가 꼭 응원을 하러 와야 완성되는 시나리오랜다.


축구고 뭐고 간에 다치치만 말라고 퉁명스레 말했지만 체할 정도로 빠르게 점심식사를 끝내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저 씩씩하고 맑은 것들이 지루하게 온종일 앉아 정적인 수업을 듣고 있을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웃고 뛰고 넘어지고 구르고 점심 내내 신나게 달린 결과 우리 반은 2대 0으로 졌다.


잔뜩 풀이 죽은 녀석들의 뒷모습에 걱정도 잠깐, 점심 메뉴가 로제 떡볶이라는 말에 다시 생글거리며 급식실로 뛰어간다.


복잡한 건 나뿐이구나.

사람을 멋쩍게 하는 해맑음 앞에 떨던 위악도 잊고 나도 활짝 웃었다.


-점심 맛있게 먹어!

뛰어가는 등 뒤로 한 마디를 던지고 아이들이 사라진 운동장에 잠깐 앉아 나리는 벚꽃비를 감상했다.


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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