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한 아침 출근길.
양손 바리바리 짐을 이고 지고 망할 2부제로 인해 주차장이 아닌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한 걸음에 한숨 다섯 번씩을 뱉어가며
트럼프는 왜 이기지도 못할 전쟁을 해가지고, 나는 왜 학교에서 일을 해가지고, 우리나라는 왜 산유국이 아니어가지고,
온갖 내적 투덜을 쏟아가며 힘겹게 버정으로 다리를 옮겼다.
‘아직 날이 차네.‘
새삼 걸은 동넷길의 아침.
우리 동네의 이른봄 아침은 이런 날씨구나.
차만 타고 다녀 계절감이 없었는데 바람이 꽤 사각했다.
주머니를 뒤적여 이어폰을 꺼냈다.
소음으로부터 도망칠 시간.
왼쪽 먼저 끼고 오른쪽을 이어 끼려는데 들리는 노부부의 대화 소리.
“목 끝까지 여며요. 추워.”
“우웅?”
“이리 와 봐요.”
길 건너편에서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자켓 지퍼를 올려주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그 손길이 움직이는 대로 가만히 틈을 내어주셨다.
몇 마디 말이 오가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다정하고 깊은 사랑을 훔쳐보다 이어폰을 마저 꼈다.
다시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부는 바람에 문득 돌린 고개 끝, 벚꽃 몇 그루가 펴 있었다.
지난 주말 별안간 쏟아진 비바람에 다 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버티고 있는 그루가 있었다.
예쁘네.
봄이 오긴 진짜 왔구나.
나의 출근길 선곡은 자우림의 something good.
부는 사각한 바람도
바리바리 무거운 짐도
갑자기 그냥 다 괜찮은 기분.
트럼프도 아까보다는 좀 덜 미운 기분.
음악도 좋고 걷는 것도 어쩐지 상쾌한 거 같기도 하고.
아마 할머니가 여며주신 옷이 비단 할아버지의 자켓뿐만은 아니었던 듯싶다.
음,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