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선발 투수

류현진 선수의 시즌 두번째 등판 경기를 보고...

by 노완동

정말 간만에 맘 놓고 야구 경기 시청을 정주행했다.


이겨야하는 자이언츠는 매번 지고, 이겨먹어야하는 자이언츠는 넙죽넙죽 본인들의 승리를 챙겨서 KBO든, MLB든 경기를 보고 싶은 맘이 딱히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야구에서 선발 로테이션 순서가 의미를 갖는 건 시즌 초반으로 이후에는 얼마나 로테이션을 잘 지켜내는가가 가장 중요하게 된다. 의미라고 해봤자 팀내에서 몇번째 투수인가 하는 자존심 정도이고 로테이션을 지켰다는 것은 곧장 성적에 비례하고 연봉과도 직결된다.


좀 더 따지고 보면 개막전 선발이야 영예라고 쳐도 두번째 선발과 세번째 선발이 주는 자존심의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만 MLB에서 다섯번째 선발 투수는 대놓고 차별을 받는 존재이다.


162 경기가 열리는 살인적인 일정이지만 시즌 초반에는 2연전과 중간 휴식이 많아 첫번째 선발 로테이션 투수의 루틴을 위해 다섯번째 선발 투수의 등판간격은 불규칙하기 짝이 없고 선발 투수 자원이 부족한 팀은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기도 하고 아예 대놓고 마이너 투수로 땜방 운영하는 팀들도 꽤 되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 류현진 선수가 팀의 다섯번째 투수로 선발 경기를 가졌다는 것은 팀에서도 아주 조심스럽고 선수 본인에게도 애매한 일이다. 여섯번째 시즌이자 계약 마지막해의 선수가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내면 올 시즌 성적에 따라 FA계약을 할지 말지 결정하면 될 일이지만 (물론 트레이드 마감시즌에 바쁠 수도 있다) 다섯번째 선발로 투입되니 걸려 있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닌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응원하는 팀이지만 프론트와 코칭 스텝의 입장을 적을 일은 아니고 류현진 선수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시즌 초반인데 벼랑끝 등판의 느낌인 것이다.


계약 마지막 해로 올시즌이 끝나면 FA시장에 나가야 하니 성적이 반드시 필요하고 어깨 수술후 건강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켜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하필 좌완 선발이 4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마이너리그에 걸출한 유망주 우완 투수가 버티고 있고 다저스는 지구 우승이 아니라 월드 시리즈를 노리는 돈 많은 부자팀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봐서 그런지 오늘따라 전력을 다해 던지는 모습이 안쓰럽다. 물론 오늘처럼만 던진다면야 무슨 걱정이 있겠냐만은 봄 야구에서 비장한 표정은 어찌 어울리지 않는 음식 궁합의 상차림을 앞두고 있는 기분이다.


승리가 확정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류현진 선수의 최고의 무기는 체인지업이 아니라 처절한 생존본능이 아닐까. KBO에 있었다면 그냥 최고의 투수로 설렁설렁 던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본인만의 길을 가고 있는 개척자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구종 개발, 다채로운 투구 패턴 변화 등에 놀라기 보단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가는 류현진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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