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

자전거도 인생살이도 모두 넘어질때가 있다

by 노완동

나는 서울 자전거 따릉이 애용자다.

서울의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지만 짧은 거리를 갈아타거나 돌아가는 경우도 왕왕 있어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걷는 경우가 잦았는데
서울 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고 나서는 여러모로 편리하고 좋았다.

더군다나 초기에는 대여소가 몇군데 없어서 한정적으로 이용했는데 이제는
서울 곳곳에 대여소가 있어 점점 더 사용빈도가 늘었다.

연간 3만원이란 저렴한 이용료도 매력적이고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며 보는 풍경은 덤이었다.
(차마 운동이 된다는 소리는 못하겠다)




저녁 늦게 도서관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에 자전거를 타면 땀이 많이 날 것이 분명하지만
어차피 집으로 가는 길이니 바로 샤워를 하면 된다는 계산으로 주변 대여소를 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살이 많이 찌니 급격한 체력 저하로 인해
오르막 오르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안장이 낮으면 허벅지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되도록이면 안장을 높게 하여 허벅지에 무리를 덜 가게 해서 타곤 한다.

또한 어쨌거나 도심에서 타는 자전거라 골목길에서 나오는 사람이나 차를 조심해서
적당한 속도로 안전하게 타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여소에 가니 자전거는 꽤 여러대가 있고
그 중에 선호하는 안장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자전거를 물색한다.
하루종일 일해서 피곤하기도 하고, 안장 높이를 맞추는 것도 귀찮고 해서
평소보다 2단계 높은 자전거를 그냥 빌렸다.

왠지 다리에 무리가 덜 가는 것 같아 내심 만족하며 도심 밤거리를 가로질렀다.
이윽고 건널목 신호를 받아 멈추어야 하는데 다리가 땅에 닿지 않는거다.
자전거를 비스듬이 해서 겨우 섰다.

밤 10시도 넘어가는데, 이제 곧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좀 더 실력을 발휘(?)해서 가자는 생각에 그대로 다시 출발한다.



내리막길에 이르러 페달을 밟지 않고 편히 내려가려는 순간,
골목길에서 차가 나온다.

한대를 보내고 지나가자는 생각에 속도를 줄이지만 차는 3대가 연속으로 나오는 거다.
또 다시 어쩔 수 없이 멈추어야 하고 당연히 발이 땅에 닿지 않아서 몸을 기울여 착지하려는데
하필이면 차도와 인도의 경계로 턱이 있는 곳이라
발은 땅이 아니라 공중을 잠깐 헤미이는 듯 하더니 이내 몸이 한쪽으로 쏠린다.

어떻게 해 볼 틈도 없이 자전거와 함께 옆으로 꼬꾸라졌다.
망신, 진짜 개망신!

나를 멈추게 했던 택시기사님은 차창을 내리며 다친 곳이 없냐며 물어본다.
괜찮습니다란 대답과 동시에 번쩍 자전거를 세우고 올라 바로 출발한다.

현장을 벗어났다고 생각이 들때 즈음에 자전거를 세우고 안장 높이를 줄인다.
좀 전에는 몰랐던 오른쪽 발목에 통증이 느껴진다.
허공에 발길질 하다가 착지하며 삐끗한 모양이다.




창피한 것도 창피한 것이지만 너무 욕심을 내거나 안일하게 대처하면
꼭 사고는 발생하기 마련이란 생각이 든다.

분수에 맞지 않게 높은 곳에 올라서니 발이 땅에 안 닿아 허공을 맴돌고,
평소 체력을 키우지 않아 기초는 탄탄하지 못하며,
귀찮다고 디테일과 안전은 소홀히 하면서도 본인의 실력을 자만한다면
굳이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우리네 인생살이 역시 넘어지기 십상이겠지.

며칠 전 일인데도 아직 오른쪽 발목의 통증이 남아있다.
하긴 몇일만에 뭔가 깨우치기는 쉽지 않는 법이니까.





IMG_6017.JPG 경춘선 숲길 | 2018.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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