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포동 비빔당면 이야기
아버지 기일에 맞추어 부산에 있는 후배와 업무 미팅을 가졌다.
제사 준비에 힘들었을 아내를 위해 오후에는 여수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기에 약속 시간을 오전 11시로 정했더니 자연스럽게 점심까지 이어졌다.
평소 같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시댁에 제사를 지내러 왔다가 홀로 집에 있는 아내를 생각하니 뭐라도 사다 주는 것이 좋을 듯했다.
게다가 최근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까지 겹쳐 꼼짝도 안 하고 누워있을 것이 분명했다.
남포동이니 만큼 메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세명약국 옆 골목에 있는 비빔당면이다. 특히나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여러 곳을 다녀보았지만 길바닥에서 먹는 여기만 한 곳이 없다고 한다. 그중에도 본인이 선호하는 양념을 가지고 장사하시는 아주머니가 있다.
다행히 점심때도 장사를 하고 계셔서 2인분 포장을 부탁드리고, 기다리는 동안 아내가 이 집 비빔당면만 좋아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근데 웬걸, 대번에 누구인지 기억해 내신다.
설과 추석 그리고 시아버지 제사 때만 부산에 오는 아내이니 만큼 많아야 일 년에 3번 혹은 그보다 적게 올 텐데 말이다.
그냥 아는 척하는 건 아닐까 의심을 하며 5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값을 치르는데 그러면 천 원 깎아줘야지 하며 허리춤에서 주섬주섬 천 원짜리 지폐를 찾으신다.
괜스레 죄송하고 시장 인심은 아직도 살아있구나 느꼈다.
아직 인생을 제대로 살려면 한참 멀었다.
D. 2020.02.14
L. 부산 남포동 세명약국 옆 골목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