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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칼이 쪼개지고 부서지기를

영화 I Dune: Part Two

by 노완동
May thy knife chip and shatter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토착 민족인 프레멘들이 결투 상대에게 말하는 인사로

주인공 폴 아트레이더스가 나지막이 읊조릴 때마다 멋짐이 폭발한다.

하지만 이 결투의 무승부는 없고 누군가는 죽어야만 끝이 난다.


어쩔 수 없이 최고 권력자가 되는 서사는 이미 많이 봐 왔다.

듄의 세계관이 어렵고 복잡해 보이지만

각각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따지지 않아도

대충 어떤 것인지는 보는 내내 짐작이 가능하다.


사실 이것이 이 영화가 사랑받는 매력이기도 한데

익숙한 서사와 은유를 촌스럽지도, 억지스럽지도 않게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를 볼 수 있는 폴은 자신이 메시아가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지만

메시아를 갈구하는 프레멘 민족을 이끌고 황제를 넘어 점차 메시아가 되어간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 문명 역시 전 세계에 걸쳐 메시아의 위협에 도전받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로 대표되는 중동의 불안한 정세,

푸틴이 자리 잡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뿐 아니라

팬덤을 바탕으로 하는 모든 정치인들은 마치 자신만이

절대적이라는 믿음하에 상대를 쪼개고 부수길 주저하지 않는다.

주인공이자 그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를 품고 있는 폴은

고뇌하는 개인적인 영웅이 아니라

양극화되고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를 지키려는

몸부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대의 칼은 그대의 것으로

우리의 칼은 우리의 것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아무리 날카로운 칼날이라도 서로를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목 I Dune: Part Two

장르 I 스페이스 오페라 (미국)

시간 I 166분

감독 I 드니 빌뇌브

원작 I 프랭크 허버트 소설 <DUNE>

출연 I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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