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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自覺)

완동거사 MLB I 개빈 럭스 트레이드의 의미

by 노완동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여기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시절이 시절인만큼 딱 떠오르는 것이 있겠지만

오늘 다루고자 하는 것은 비겁하게 숨어 있는 정신병자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에 용감하게 도전한 김혜성 선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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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다저스의 주전 2루수로 거론되던 개빈 럭스 선수의 트레이드 소식이 들려왔다.

이 트레이드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는 메이저리그에 뛸 수 있는 26인 로스터이다.


타자 쪽은 보통 13명 내외로 필수적인 백업포수를 빼면 남은 자리는 3명.

대체로 내/외야 각 1명에 유틸리티 1명이 통상적이다.


다저스로 한정하면 내/외야가 모두 가능한 연봉 1300만 불의 슈퍼 유틸리티 크리스 테일러와

노장 미겔 로하스가 내야 백업을 맡는다고 하면 외야 한 자리가 남는다고 봐야 한다.


중견수 포함 외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제임스 아웃맨과 앤디 파헤스가 있고,

아직 계약하지 않았지만 내야까지 가능한 엔리케 에르난데스도 있다.

키케는 특히나 가을에 강한 선수다.



두 번째는 다저스의 방향성이다.


다저스는 2024년 사치세 1억 3천만 달러를 내고 우승한 팀이다.

올해에도 사치세를 납부할 것이 확실하며

더욱이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커다란 목표가 있다.


그리고 돈은 슈퍼 스타 영입에도 쓰이지만

팀 전체의 뎁스를 강하게 만드는 데도 충분히 투입된다.

또 다른 팀과의 차이는 유틸리티 크리스 테일러가 부진하면

연봉 1300만 불을 날리더라도 DFA를 한 다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3년 보장 연봉이 1250만 달러 선수는

보험용으로 계속 마이너에 둘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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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개빈 럭스가 어떤 선수인가.


2016년 프리드먼 사장이 직접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0번으로 지명했던 선수로

2020년에는 메이저리그 유망주 랭킹 전체 2위까지 올랐던 적이 있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좋은 품성과 착실한 훈련 태도과 달리 메이저리그에 데뷔해서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23년 시즌은 무릎 부상으로 통째로 날렸다.

지난해 시범 경기에서는 주전 유격수로 출발했으나

수비 불안으로 정규 시즌에는 거의 2루수로만 나왔다.


다만 공격에 있어서는 타율 251, 10 홈런, OPS 703으로 준수했고

특히나 후반기에는 타율 304, OPS 899로 WAR는 오타니 다음으로 좋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트레이드된 것은 공격력에 비해 2루 수비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유격수 외 좌익수도 22년 28경기를 통해 어렵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즉, 개빈 럭스는 시즌 전체를 도맡을 2루수로는 부족했고

백업 자리까지 고려했을 때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다저스는 작년에 야수진의 평균 나이가 30.3세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가장 많았다.

선수들의 로테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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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2루수의 경쟁은 줄어들었는가.

현재는 외야로만 생각하지만 토미 애드먼 역시 2루수가 가능, 아니 수비도 매우 좋은 선수다.

계약이 성사된다면 키케도 2루를 충분히 맡을 수 있다.


김혜성 선수가 궁극적으로 주전 2루수가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2루수가 주 포지션인 유틸리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좌익수까지 맡을 수 있다면 출전 기회는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된 선수들의 부상이나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올 시즌은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프링 캠프와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야수들의 연령은 높고, 로테이션은 수시로 돌아간다.

돌발 변수에 따른 최우선 선택지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 놓아야 한다.


또한 올 시즌이 끝나면 테일러와 로하스의 계약은 끝난다.

포지션까지 변경해 준 특급 유망주 달튼 러싱까지 있는 외야에 비하면

내야수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유망주도 따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다저스는 뎁스 강화를 위해 움직임을 멈출지 않을 테니

당장에 보이는 변화에 마냥 기뻐하거나 안심하면 안 된다.

외부의 여건은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본인의 준비 상태는 얼마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예전보다 조금 빠르게 시작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김혜성 선수는 스프링 캠프부터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즌을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상상해 보면 김혜성 선수는 갈색보다는 푸른색 유니폼이 잘 어울릴 거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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