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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책 I 예술 도둑 (The Art Thief)

by 노완동

일단 흥미로운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돈이 아니라 정말로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때문에 예술품을 훔쳤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

평생에 한 번이라고 해도 박물관을 터는 일 자체가 보통 일은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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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의 도둑질 방법은 대담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너무나 허술해서 진짜로 가능한가 싶기도 하다.

약 300여 점, 총 2조 원에 달하는 예술품을 훔쳤다는데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단순히 어떻게 훔쳤냐는 설명이 아니라

시작된 계기나 점점 빠져들게 되는 심리에 대한 연구와 묘사는

다음장을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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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을 훔친 다음 도둑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불법적인 경로로 판매하거나,

도난당한 박물관이나 소유주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마지막으로 지하 경제에서 화폐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돈과 연관되어 있지만 주인공 브라이트비저는 그와 달리

훔친 작품을 자신의 다락방에 놓고 감상하는 방법을 택했다.

영화에서 심미안을 가진 주인공의 낭만적인 취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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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에는 초창기 도둑질을 했던 ‘루벤스 집’에서

자신이 훔쳤던 조각상 <아담과 이브>을 되찾은 이야기가 적혀 있는

4달러짜리 안내 책자 한 권을 슬쩍 집어 들고 나오는 이야기로 끝이 난다.


예술 작품을 보고 느끼는 정신적 혼란과 분열 증상인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이 의심되던 브라이트비저는

이제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그냥 쉬운 물건을 훔치는 초라한 중년(71년생)에 불과하다.


마지막에 저지른 절도와 장물 매매에 따른 형을 살고 나오면 거의 60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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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한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가족과 친구, 연인은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가.

하지만 그 방법이나 수단이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당장에는 그럴싸해 보이기도 하고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거 같지만

결국 파멸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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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예술뿐인가.

당장 정치와 사회는 어떠한가.


정당한 방법과 수단이

더 나은 삶과 세상을 만든다는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지금.


넘쳐나는 도둑들이 득실득실하다. 끝.

제목 I 예술 도둑 (The Art Thief)

지은이 I 마이클 핀클 (Michael Finkel)

옮긴이 I 염지선

펴낸 곳 I 생각의힘

발행 I 2024.09.20

대여 I 수원시 중앙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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