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I 따뜻한 쉼표
햇빛이 길게 드리운 오후,
거실 소파에서 지인 덕분에 모처럼 시집을 정주행 했다
시인의 자전적 산문 속에서 이런 구절을 만났다.
‘소중하지 않은 꽃은 없었다.
쓸모없는 꽃은 없었다.
사람마다 애지중지하는 꽃은 달라도 예쁘지 않은 꽃은 없었다.
모두가 자기 나름의 빛과 모양과 향기를 가지고 있었다.
단지 피는 때가 조금씩 달랐을 뿐이었다.
가끔은 너무 작아서 그 존재조차 모를 뻔했던 꽃도 있었다.’
이런 글의 진정성은 결국 삶의 궤적에서 판가름 난다.
지인이라고 해서 대신 보증해 줄 방법도 딱히 없다.
다만, 아래의 문장은 실제로 목격한 바가 있다.
‘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에게는
그 꿈을 응원해 주고 싶어 퇴근 후 늦은 저녁에 계란을 삶아
학교 독서실로 밤참을 챙겨 갔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떠밀었다.’
그럴 때마다 - 어찌 계란만 있었겠는가-
“아이고야 참말로..” 칭찬인지, 걱정인지 모를 잔소리만 건네고 말았었다.
시집이면 시집이지, ‘교육 시집’은 또 뭔가?
뭔가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교직 인생 사십 년 동안, 담임이었던 시절이 가장 행복하고 빛났던 때였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선생님이 쓴 기록이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 올랐다.
이제 곧 교단을 떠날 정원사의 다음 행보를 기다려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