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억보다 첫해

완동거사 MLB I 송성문 선수의 MLB 진출

by 노완동

송성문 선수가 포스팅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3년 총액 1,300만 달러(약 192억 원) 계약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9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그것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강자 샌디에이고의 유니폼을 입게 된 송성문에게 이는 분명 좋은 계약이다. 그러나 이 숫자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기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매드맨 A.J. 프렐러 단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나이 29세’가 갖는 계약의 함의

메이저리그 시장에서 ‘29세’는 결코 호의적인 숫자가 아니다. ‘나이’는 곧 잠재력의 척도이다. 이정후가 25세, 김혜성이 26세에 태평양을 건넌 것과 달리, 송성문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최고점을 찍는다는 나이 즈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따라서 샌디에이고가 3년 1,300만 달러를 베팅했다는 사실의 함의는 명확하다. 이 계약은 송성문의 ‘미래’를 산 것이 아니라 지난 2년간 KBO에서 OPS .900를 넘기며 20-20을 달성한 그의 ‘현재’를 구매했다는 뜻이다. 추가적인 성장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는 당장 내일이라도 펫코 파크의 내야를 책임져야 하는 즉시 전력이다.


매드맨(Madman) 프렐러의 ‘오늘만 사는’ 운영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변수가 바로 프렐러 단장이다. 그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페이롤이 터지든 유망주 팜(Farm)이 고갈되든 일단 지르고 보는 승부사다. 젠더 보가츠에게 2억 8천만 달러를 안기고, 후안 소토를 영입했다가 1년 만에 다시 트레이드하는 파격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프렐러의 운영 철학은 단순하다. 내일의 강함이 아니라 ‘오늘 이길 수 있는 전력’이다.


이런 프렐러의 현재 시선에서 송성문은 매력적인 퍼즐 조각이었을 테다. 아라에즈가 떠나고 크로넨워스를 1루로 이동시키면 생기는 2루의 공백. 이를 메우기 위해 프렐러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가성비 좋을만한 카드’를 선택했다. 송성문의 타격 생산력과 멀티 포지션 능력은 1,300만 달러를 지불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었을 것이다.


계약의 핵심은 총액이 아닌 ‘첫해 연봉’

2026년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은 78만 달러. 구단의 재정난과 프렐러의 성향을 고려하면 계약은 뒤로 갈수록 금액이 커지는 백로딩(Back-loading) 구조일 공산이 크다. 만약 첫해 실제 수령액이 200만 달러 안팎이라면 구단 입장에서 이 계약은 로우 리스크(Low Risk)가 된다. 냉정하게 말해 선수가 부진하면 언제든 라인업에서 지워버려도 재정적 타격이 거의 없는 금액이다.


이 지점에서 송성문은 부진해도 기회를 받을 마차도나 보가츠 같은 고액 연봉자와 다른 처지에 놓인다. 프렐러의 인내심은 유효기간이 짧기로 악명 높다. 송성문이 시즌 초반 패스트볼에 고전하거나 수비에서 삐걱거린다면 그는 주저 없이 트레이드 블록을 뒤져 또 다른 2루수를 데려올 것이다. 그것이 ‘매드맨’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결국, 첫 해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사실상 송성문은 주어진 시간이 3년이 아니다고 여겨야 한다. 실상은 단 한 시즌, 더 정확히는 개막 첫 한두 달에 가깝다. 김하성이 첫 해의 부진을 딛고 2년 차에 만개했던 서사는 송성문에게 적용되기 힘들다. 또다시 언급하지만 김하성은 20대 중반이었고 루키 송성문은 29세이다. 낮은 첫해 연봉은 구단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동시에 선수의 생존 시간을 단축시킨다.


KBO에서 보여준 4할에 육박하는 득점권 타율과 1.100에 가까운 OPS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시즌 개막과 동시에 최단기간 안에 증명해야 한다.


192억 원의 계약은 축하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지금 당장 2026 시즌 봄에 이미 최고의 컨디션이 되도록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다만 다저스와의 경기에서는 좀 살살하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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