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I 물질의 세계
책의 묘미 중 하나는 읽는 시점에 따라 와닿는 문장이나 발견하는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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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내 서점에서 이 책을 샀을 때만 해도 여행 중에 다 읽지 못하리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묵직한 교양 인문학 서적이었으니까.
다만 내몽고에서 몽골로 이어지는 답사 내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모래였기에 첫 챕터만큼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어릴 적 알던 모래가 현대 문명의 창인 유리가 되고 나아가 반도체의 핵심 원료가 된다는 사실을 풀어내는 솜씨는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소금과 철까지 읽은 뒤 책갈피는 한동안 구리 파트 어딘가에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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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 6개월을 훌쩍 넘긴 요즘 각자도생의 국제질서가 연일 뉴스를 가득 채우는 것을 보며 문득 이 책이 다시 떠올랐다.
우리가 자원 빈국이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기에 자원 문제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여겼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자원을 캐내는 채굴보다 이를 가공하는 제련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천연가스가 난방뿐 아니라 비료의 핵심 원료로서 식량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은 상상조차 못 했다.
전 세계가 금융, 서비스업, 소프트웨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몰두했지만 이제는 자체적인 물질 공급망과 제조업 기반 없이는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지적인 정보도 훌륭하지만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날카로운 통찰을 준다. 끝.
제목 I 물질의 세계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지은이 I 에드 콘웨이
옮긴이 I 이종인
펴낸 곳 I 인플루엔셜
초판 1쇄 I 2024년 3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