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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가는 여정으로부터 시작

알아차림

by 나우디

나의 초, 중, 고 생활기록부엔 전부 아래와 같이 적혀있었다.

성실하며, 책임감이 강함, 솔선수범하는 아이

그때는 몰랐다. 모범적인 사람이 되려 틀에 갇히기 쉽다는 것을.


대학시절까지 내 인생은 부모님이 정한 정도(正道)의 삶이었다. 하라는 것을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않으며 살아왔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연애는 절대 금지였고, 부모님의 압박도 심했다.

또한, 아르바이트나 다른 활동보다 공부가 우선이었다.


즉, 학교 생활에 ‘성실히‘, ’ 책임감 있게 ‘ 임하라는 부모님의 지시였다.


그때 당시엔 부모님이 정해주는 지시의 삶이 곧 나의 삶이라 받아들였다. 깜깜한 터널 속 앞도 보이지 않는데 그나마 먼저 걸어갔던 사람이 이렇게 하라고 가이드를 주었다.

달콤한 가이드 책자 속 활자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중요한 진로 결정 시기에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없었다. 그저 부모님이 하고 싶은 것이 곧 내가 하고 싶은 것이었다.

부모님은 이과를 선택해서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셨다. 유망한 과에 입학해야 너의 길이 열린다고 말씀하셨다.

당시를 회고해 보자면, 짧게나마 내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것 같다.


‘진짜 그럴까? 아 복잡해, 하란 대로 하고 살아야지’


그렇게 나는 어디에서나 쓰인다는 전도 유망한 화학공학과에 진학을 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어땠을까?

수동적인 삶은 여전했다. 부모님께선 학자금 대출 대신 열심히 장학금을 타서 학교 생활하는 것이 학생의 도리라 말씀하셨다.

아르바이트, 다른 취미 활동 보다도 학교 공부만 성실히 해도 돈을 벌 수 있으니 그렇게 권면하셨다.


그래도, 학창 시절과는 다르게 통보가 아닌 권면의 방식으로 변모되었다.

하지만,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자유권을 조금 주면 오히려 선택의 폭을 빠르게 넓힐 줄 알았는데, 익숙함을 무시하지 못했다.

그렇게 또 그게 답인 것 마냥 주구장창 공부했다. 대학교 1학년 술을 진탕 먹어도 1교시 수업은 놓치지 않았고, 내 사전에 지각이란 없었다. 시간을 지키는 일이 곧 성실함의 척도인 것 마냥 강박적으로 살아갔다. 그리고 학점을 잘 얻기 위한 공부만 했다. 진심으로 화학에 관심을 가지며 공부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1-4학년 동안 한 번 정도를 제외하고 장학금을 모두 타며 차석으로 졸업했다.


좋았을까?

돈을 벌어서 효도했다고 생각했을까?


물론, 아예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잠시나마 기뻤다. 다만, 내 기쁨이 커져갈수록 부모님의 확신도 커져갔다.

‘거봐, 엄마 말 들으라니까! 고생했어 ‘


아팠다.


내가 한 공부와 노력의 행위 보다도 자신의 말이 맞았음을 인정하는 어머니의 말에.

그 이면엔 고생한 아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씨도 있겠지만, 그 당시 나에겐 그렇게 들릴 수가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 이대로 살면 안 된다. 위험하다’



photo by pixabay

첫 번째 알아차림의 순간이었다.

타인에게 끌려가는 인생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혹자가 지금은 늦었다고 이야기해도, 내 두 귀는 들을 공간을 내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했다.

모범과 정도의 굴레를 한번 끊어보기로. 경험과 생각을 확장해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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