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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깡통이다?

아니, 빠그라진 깡통이다

by 나우디

당차게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었다.

새로운 영역에 부딪히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회에는 학연/지연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학 동기들은 여러 가지 루트와 정보를 얻어 S전자, H자동차 등으로 사라져 갔고 나는 보이지 않는 터널 끝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삶의 연속이었다.


친구들은 내게 말했다.


'얘가 원래 우리 공부도 알려주고 도움 많이 줬는데.. 안타까워서 어쩌냐.. 원서는 넣고 있어?'

'다른 거 하면 힘들 텐데..'


지금에서 보면 별 시답잖은 소리지만, 그땐 왜 그렇게 쓰라렸는지.. 활자 하나하나가 송곳이 되어 나를 찔렀던 것 같다.


그때 이후 나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늦었어, 빨리 찾아야 해. 뭐라도 해봐. 나태해지지 마' 등의 말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내 등에 상처가 쌓이고 있는지도 모른 체..


pexels-shvetsa-3683053.jpg photo by pexels

나는 조급함을 달래기 위해 아래의 질문을 던지며 살아갔다.

'진짜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남겨지고 싶을까'

그러나, 그 질문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거워서 쉽사리 답하기 어려웠다.

때론 잠에서 깨기 버거울 정도였다.


답을 내리는 과정이 즐겁기도 했지만, 압박감이 더 컸다. 생각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럼에도 삶은 살아가야 하기에, 아니 살아내야 하기에 패션 업계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음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세계와 사람들을 대면하는 경험은 성장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온라인 세계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기존 고객을 응대하고 밍글링 하는 부분에는 자신 있었지만, 어떻게 발걸음 하게 만들 건지를 생각해 보는 일은 어려웠다.


한 주에 두 번 정도 이와 같은 고민을 놓고 매니저님과 디스커션 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오프라인 환경 덕에 묘안이 없었다. 답답하기도 했다.


더욱더 궁금해졌다. 과연 저 너머의 세상 그곳에는 어떠한 고객들이 있을까? 거기엔 어떤 난제가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이러한 궁금증과, 매장에서 판매와 매출분석, 그리고 고객을 응대했던 매니징 경험을 활용할 무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즉, 마케팅이 궁금했다. 앞단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 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마케팅 국비지원교육을 듣기 위해 1시간 30분씩,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거리에 매일 아침 8시 반까지 도착했다. 낯설기도, 꽤나 피곤하기도 했지만 무언가를 발견할 것 같은 생각에 기대감이 더 컸다. 그곳엔 현업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나와 같이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은 방랑자도 있었다.


배운 것을 바탕으로 광고도 집행했다. 직접 돈을 투자하여 데이터를 보기도 했다. 카피라이팅을 직접 기획해서 카카오톡 배너에 띄워보는 등 열심을 다했다. 이것을 바탕으로 인스타그램과 브런치를 시작했고, 영감을 포스팅하며 한 때 600명의 팔로워와 함께 생각을 나누기까지 이르렀다.


pexels-keenan-constance-545154-2865901.jpg photo by pexels

그렇지만 현실은 절대 쉽지 않았다.


누적된 경험치를 바탕으로 뭐라도 해보자며 마케팅 회사에 문을 두드렸지만, 된통 거절당했다. 수십 개의 원서를 넣었지만, 국비교육과 오프라인 경험, 계정 운영으로는 어려웠나 보다. 어렵사리 된 한 군데 회사가 있었지만, 입사해 보니 마케팅 직무도 아니었고 개인 사정으로 급히 나왔다.


참으로 어려웠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도전에 내가 부족한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학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실제 디깅하며 내 페이지를 만들어 광고를 돌려본 것도 아니었다. 고작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비즈니스 계정으로 인사이트를 확인한 게 다였다.


그야말로 궁금함만 있었지, 돌이켜보면 열정이 타오르지 않았던 듯하다.


나는 그때 또 깨달았고, 질문했다.


마케팅이 진짜 간절히 네가 하고 싶었던 거니?
왜 마케팅이 하고 싶어?
마케팅을 해서 무얼 얻고 싶어? 단순한 호기심 충족?
너의 기질과 역량이 마케팅 직무와 어떠한 점이 부합하니?

모든 걸 대답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여정가운데 여러 가지를 느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나를 더 갈아 넣었을 것.

어쭙잖게 노력하는 건 노력이 아닐 수 있다.

단순한 결정이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내게 다가온 건 뭐라도 해보는 게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는 백만 배 낫다는 것이었다.


두드려보고, 높은 입사 턱 앞에 좌절도 해보고, 원서도 넣어보고 뭐라도 하는 게 낫다.


나의 지엽적인 생각을 일깨워주는 건 현장에 있었다. 시도였다. 호기로운 기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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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튜브를 보다가 극히 공감했던 두 가지 말이 있다.


'헤맨 만큼 네 땅이다'

'힘들지? 힘든 만큼 다 너 거야'


맞다. 뭐가 됐건 인생에선 커다란 수확을 얻어야 성취라고 말한다. 성취라는 고귀한 단어를 '커다란'이라는 형용사로 가두기엔 그 단어의 본 의미가 너무나 아깝다.


우리는 헤맨다는 사실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부하기 마련이다. 답답하고, 보이지 않고, 깜깜한 것으로.


아니다. 다 나의 자산이고 경험인 것이다. 누군가에겐 평범하지만 나에게 비범한 것이 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나는 유일하다.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다. 얼굴은 비슷해도 나라는 사람은 유일무이다. 그게 나다.


여러 시간의 경험을 통해 나는 또 한 번 성장했다.


헤맨 만큼 나의 영역은 조금씩 확장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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