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산다
나이가 들면서 갖고 싶은 역량이 있다면 '대화 스킬'이다.
대화는 관계를 견고히 하는 핵심이자, 내 삶을 지키는 방어체계이기도 하다.
수많은 대화 비법서들을 찾아본다.
대부분이 경청을 이야기하지만, 며칠 전 경청 이전에 선행해야 할 마음가짐을 배웠다.
솔직한 감정을 지인과 나누는 중 욱하는 상황이 올라왔다. 욱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고, 잘 참았지만 어딘가 모를 찝찝함이 남았다. 그 알량한 찝찝함이 남아있어서 이후 대화의 스탠스가 조금 어질러졌다.
상대는 이를 캐치했다. 놀라운 사실은 상대는 내 스탠스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것이다.
나는 물었다. 갑자기 차분해진 이유가 무엇이냐고.
네가 욱하는 것 같아서, 나라도 눌러야 함을 느꼈다고
건강한 대화가 되려면 한 사람의 침묵이 절실하다고
맞다. 입을 지키는 것이 삶을 지키는 것이다.
대화의 밀도를 올리기 위해 자신의 입을 포기한 그 자세 덕에 나의 찝찝함 체증은 다 가라앉고 어느새 수용의 태도가 되어있었다.
대화를 받아들이기 힘든 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감정을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입을 지켰던 행동 덕에 대화를 보존했고, 삶을 밀도 있게 나눌 수 있었다.
유익한 대화에 대해 재정의 내릴 수 있다.
유익한 대화란?
건강한 대화를 만들기 위해 내 입술을 잠시 잠가놓는 것.
감정의 요동침 앞에 바짝 엎드려 입술을 항복시키는 것.
이것이 유익한 대화의 지름길임을 느꼈다.
그렇다면, 참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죽어져야 한다.
상대를 위해 나 자신의 모든 감각을 죽여야 한다.
죽어야 한다는 말이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다마는 결코 그렇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죽어야 산다.
내가 죽어야 상대가 산다.
상대가 살면 우리가 산다.
이기적인 마음을 내려놓고 나를 죽이는 행위는 희생 이상의 대가를 가져온다.
나부터 죽기 아까울 수 있다마는, 그것을 받아들여줄 수 있는 충분한 상대를 만났다면 기꺼이 수행해 보자.
놀랍게도 죽으니 살아나는 마법을 볼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