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들에게 이를 소개하다가...
대만에 살다 보면 대만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옛날이야기들을 소개할 기회가 이주 가끔 있다. 흥부전, 춘향전 등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얼마 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대만인들에게 매우 간단하게 소개를 한 적이 있다. 대만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준비하다가 이 이야기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매우 짧지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기에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있어 매우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전래동화로 내려오다가 최초로 출판된 것은 주요섭의 ‘해와 달’이었다고 한다. 1922년 잡지 ‘개벽’에 실렸다.
전래동화로 잘 알려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나는 대만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시작한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상황 1
떡을 갖고 있던 오누이의 엄마는 호랑이와 대면한다. 호랑이는 떡을 달라고 한다. 엄마는 떡을 준다. 호랑이는 떡을 더 달라고 한다. 떡이 다 떨어진 엄마는 호랑이에게 잡아 먹힌다.
(엄마가 떡장수네, 잔칫집에서 돌아오는 길이네 등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생각
- 호랑이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다고 하고는 약속을 어긴 거짓말쟁이 또는 사기꾼이다.
- 서민이 가진 것을 갈취하는 탐관오리를 상징한다.
- 떡은 오누이를 막여 살리기 위한 매개다. 떡은 예부터 특별한 날에만 막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 엄마는 자식을 위해 고생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위대한 존재다.
상황 2
엄마를 잡아먹은 호랑이는 아이들도 잡아먹으려고 이들이 있는 집으로 찾아가 엄마인 척하며 아이들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한다.
생각
- 잡아먹은 엄마의 아이들이 사는 곳을 이미 알고 있다.
- 호랑이는 엄마를 잡아먹기 전 어디에 사느냐고 묻지 않은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계획된 범행이었다.
- 호랑이는 코스프레도 할 줄 안다.
상황 3
아이들을 부르며 엄마라고 말한 목소리가 엄마가 아님을 알아차린 오빠는 여동생을 데리고 집 뒤로 행한다. 나무 위로 올라간다.
생각
- 오빠처럼 눈치가 빨라야 한다 빠른 결정도 중요하다.
- 호랑이는 완전 범죄에 실패했다. 욕심이
-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이를 놓쳤더라면.. 호랑이에게 잡혔을 것이다.
- 오누이는 평소 위기 대응 연습이 잘 되어 있디. 비상사태에 대비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상황 4
호랑이는 어찌 나무 위로 올라갔느냐고 묻자 오빠는 참기름을 바르고 올라왔다고 답한다. 호랑이는 오빠가 알려준 방법을 사용해 나무 위로 올라가려고 시도하나 실패로 돌아간다. 보다 못한 여동생이 올라오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생각
- 호랑이는 순진하다. 단순 무식하다.
- 오빠는 거짓말을 했다. 생존을 위해서.
- 오빠에게 당한 호랑이는 피해자 코스프레로 여동생의 동정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 여동생은 호랑이을 불쌍히 여겼다. 눈치가 없다.
- 호랑이는 오빠에게 속고 동생의 조언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 오빠는 여동생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여동생이 원래 그런 모양이다.
상황 5
호랑이는 여동생이 일러준 방법으로 나무를 오를 수 있게 됐다. 오누이와 거리가 점점 좁혀지자 오빠는 하늘에 도와달라고 간청한다. 동아줄이 내려오고 이들은 줄을 잡고 나무를 빠져나간다. 호랑이도 이를 보고 동아줄을 내려 달라고 하니 줄이 내려왔지만 줄을 잡은 호랑이는 이내 바닥으로 추락한다.
- 오빠의 간청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노력이 선행될 때만.
- 호랑이는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
- 튼실하지 못한 밧줄을 믿은 호랑이는 부주의하다. 속았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한다.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
상황 6
하늘에 오른 오누이. 여동생은 해가, 오빠는 달이 되었다.
생각
-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가족임에도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 오누이가 하늘로 간 것은 아이들이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매우 비관적인 의미로 보인다.
- 하늘은 유토피아를 상징한다.
- 오누이가 해와 달이 된 것은 세상을 비춘다는 것으로 아이들이 이 땅의 미래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여느 호랑이처럼 이 이야기 호랑이도 공포의 상징으로 쓰였다. 가난한 자의 수탈을 일삼는 존재의 호랑이와 마냥 당하기만 하는 힘없는 어머니와 아이들이다. 가진 자들에 의해 거짓말에 속고 있는 것을 다 빼앗기며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표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날의 현실과도 비교해봤다.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어쩌면 이는 변하지 않는 진리 불변의 법칙이 아닐까? 대만이 아니었으면, 대만인이 아니었으면 이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