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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정엽 대만은 지금 Oct 30. 2021

대만 기독교 잡지에 실린 내 짧은 글이 준 활력

대만 종교 잡지에 내가 중국어로 쓴 짧은 글 하나가 실렸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누가 그랬던가. 십수 년 전 한국에서 대만으로 올 때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대만에서 꼭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적었다.


뭐가 참 많았다. 대부분이 머리를 쓰는 것들이었다. 내가 하고자 했던 것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는 것을 대만에 적응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한국과 대만 양쪽을 연결하는 교량이 되겠다는 결심은 지금까지 한결같다. 이를 위해서 한 걸음씩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교량도 기초 공사가 튼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 중에서 가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갓, 해낼 수 있는 것, 그리고 남들보다 평균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에 대해 참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하고자 했던 것 중 하나는 한국을 알리는 것이었다. 책도 좋고 잡지도 좋고 뭐가 됐든 누군가 내 글을 읽고 한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했다. 한국이 좋고 싫음은 각자 판단할 일이므로 한국을 좋아해 달라고 구걸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제대로 된 한국을 대만인들에게 가감 없이 알려주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해왔던 한국어 책도 세 권 출간했다. 수년 전에 한국 사회, 문화에 대한 책도 낼 뻔했지만 출판사 두 곳 모두 담당자가 바뀌면서 흐지부지됐다. 당시 출판을 못해서 아쉬움이 컸지만, 내 중국어 쓰기 실력에 대해 다각도로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됐고, 이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대만 유력 시사 매체로부터 정기칼럼을 의뢰받았다.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나는 당차게 거절했다. 기본적으로 내게 요구한 분량을 쓸 자신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문사 웹사이트 칼럼에 내 이름을 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곳 분량은 앞서 말한 매체의 두 배 이상이었다. 도저히 쓸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났다. 2019년 하반기쯤 유력 온라인 매체에서 운영하는 한 부서 데스크가 부하직원을 내 지인을 통해 제안을 해왔다. 잠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다. 데스크는 정리 해고됐다.


그 뒤 중국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어느 날 갑자기 강산이 세 번 이상 변했을 기간만큼을 대만에 산 대 선배님 월부터 연락이 와 있었다. 공식 행사에서만 여러 번 뵌 적 있는, 하지만 인사만 나눈 어려운 관계였다. 이 분의 연락은 뜻밖이었다. 이어 대만에서 선교활동을 하시는 목사님께서 연락이 왔다. 목사님은 대선배님으로부터 대만 기독교 잡지에서 한국 뉴스에 대한 글을 부탁받았는데, 바로 내가 떠올라서 선배님께 추천을 했으니 곧 연락이 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머리가 하얘졌다. 기독교 잡지에 뜬금없는 한국 뉴스를 써달라는 부탁도 부탁이지만 당최 대만에서 교회를 다니지 않는 나 홀로 성경이나 읽는 그런 내게 이런 원고 청탁이 오다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내 글이 실린 10월호 잡지가 출판돼 집으로 배달됐다. 잡지를 받아 든 나는 얼른 내가 쓴 부분을 확인했다. 한편에 있는 내 이름과 글, 그리고 태극기까지…10월 1일 국군의 날, 3일 개천절, 9일 한글날이라서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적은 원고비가 참 아쉬운 부분으로 남지만 이런 잡지에는 무료 기고를 원하는 이들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비 지급은 참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내 능력이 이런 곳에 쓰일 수 있음에 살아있음과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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