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 지원은 더 꼼꼼하게 대비할 수 있다
회사에서 예고한대로 1월에 공고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부 인사 시스템과 링크드인에 동시에 올라간 공고들. 링크드인의 지원자 수 보여주기 기능 덕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 관심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임직원과 외부 지원자 모두 동일한 프로세스로 서류를 평가한다고 했었기에,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동안 쌓아온 내부 평판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나를 전혀 모르는 다른 나라 임직원도 평가에 참여하는만큼 마냥 낙천적일 수는 없었다.
그 누가 평가해도 통과할 수밖에 없는 레쥬메를 만들자고 이를 갈았고, 아래 세 가지 방법을 통해 만전을 기했다.
채용공고의 JD(job description, 직무기술서)는 대체로 2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직무를 맡는다면 하게 될 업무들과 (responsibilities), 그 업무를 잘하려면 필요한 능력 (skills). 이건 기업이 해당 직무 지원자들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시험범위이다.
따라서 서류를 잘 통과하는 방법은 제법 단순하다. 기업이 시험으로 낸 문제에 설득력 있게 답하면 된다. 즉, 기업에서 요구하는 업무에 대해 경험한 적이 있고, 그 직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신빙성 있게 증명할 수 있으면 된다.
다행히 나는 경력직으로서 한 번 증명해 낸 경험이 있었기에, 이전의 경험을 떠올려가며 다시 한 번 레쥬메를 작성해갔다. 나의 브런치 글 <첫 경력직 이력서를 작성하며 기억해야 할 7가지> 글을 참고하면서. (역시 기록하는 일은 중요하다.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7가지까지는 기억 못했을 확률이 높다.)
https://brunch.co.kr/@nowhan/11
내부자 지원의 이점 첫 번째는 바로 회사에 동일한 직무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레쥬메를 살펴볼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글로벌 회사이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해외 지사의 레쥬메를 내부 시스템으로 열람할 수 있었다.
이미 해당 직무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의 레쥬메를 확인한 이유는, 회사가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선호하는지, 레쥬메에서 어떤 점을 강조하는 것이 유리한지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해당 직무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실무진의 레쥬메는 최적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더 나아가 나는 팀장 직급의 레쥬메들도 확인하였는데, 이때는 직무 기술에 대한 것을 본다기보다, 그분들의 흥미를 사로잡기 위해 그분들과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레쥬메에 반영했다. 예를 들어, 해외 봉사 경험이 있다면, 나의 국제기구 인턴 경험을 강조했다. 또, 같은 취미를 가졌음을 슬쩍 내비치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내부 레쥬메들을 열람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포지션에 지원해야 할지 선택과 집중도 할 수 있었다. 내가 매우 흥미로워했던, 그러나 관련 업무 경험은 적은 한 직무에는 결국 마음을 비우게 되었었는데, 현직 담당자들과 나와의 커리어 괴리가 무척 심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선택과 집중은 결과적으로 레쥬메를 훨씬 더 완성도 높게 작업할 수 있게 한 좋은 버림이었다.
내부자 지원의 이점 두 번째는 전현직 담당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한 직무에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전현직 담당자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하나의 포지션에 지원하더라도 다양한 관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였다.
이때 제일 중요한 핵심 질문은 단연 “현재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인지”이다. 어떤 직무이든 당면 과제는 있으나, 채용 공고에는 이런 내부 사정까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능력이 있음을 레쥬메에 증명해 보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장 가고 싶어했던 브랜드에서의 최대 고민은 “우리 브랜드가 MZ세대의 마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다행히 나는 그 전에 맡았던 브랜드에서 MZ세대를 성공적으로 공략했던 경험이 다수 있었고, 이를 이력서의 최상단에 두며 강조했다. 후일담이지만 면접에서도 이 경험이 가장 화두가 되며 나는 손쉽게 MZ세대 마케팅에 대한 경험을 자랑할 수 있었다.
사실 위에 열거한 팁들은 반드시 내부자 지원이 아니더라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내부자가 아니라면 전현직 담당자들의 레쥬메를 구하기도, 만나기도 좀더 어렵기는 하지만, 같은 산업의 유사 직무에 근무하는 분만 찾을 수 있다면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어쨌든 이 방법을 통해 혹할만한 레쥬메를 만들었으니, 이제는 면접을 준비할 일이 남았다. 본 업무하랴, 인수인계하랴, 여유가 많이 없었지만, 면접까지 통과해야지만 회사에 남을 수 있었기에, 면접 또한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Image source (이미지 출처)
Cover(커버): https://bit.ly/37PLoAs
P1: https://bit.ly/3F2mOsa (cropped/비율에 맞춰 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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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사이트에서 가져온 이미지이기에 영문 안내를 함께 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