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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bird Oct 30. 2022

nowhere, now here.

이상주의자의 파랑새를 찾아 떠난 여행기

  벨기에의 극작가 마를 테 링크가 쓴 동화에는 한 어린 남매가 등장한다. 남매는 성탄절 전야에 꿈을 꾸는데 그 꿈에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 파랑새를 쫓다 꿈에서 깬다.

  동화에서와 달리 나는 꿈에서 깨지 못했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내가 다닐 곳이 아니며, 지금 내가 사는 삶은 진짜 나의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연봉, 복지, 사람, 자아실현까지 가능하게 할 회사나 직업이 내가 다니는 이곳 너머에 있다고 믿었다. 머리는 완벽한 직장이란 없어를 되뇌었지만 마음속에서는 그래 없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이곳은 아니야!라고 외쳤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 수록 괴리감은 커졌다. 진짜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함에 내 에서 나는 점점 방관자가 되었다. 갈 길을 잃은 빈 마차처럼 덜거덕 거리며 애만 쓴 채 어느 곳으로 향해도 그만이었으니.

  회사를 휴직하고 무작정 덴마크로 향했다. 5년 전에 첫 유럽 여행으로 출발했다 가족의 위급 상황에 하루 만에 비행기를 앞당겨 돌아와서 아쉬움과 미지의 아름다운 영역으로 남아있는 곳이었다. 나는 8년이나 쉬지 않고 일했고 지금 아니면 언제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마침 적금도 만기가 되었고.. 하는 구구절절한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다. 나를 덴마크로 이끈 가장 큰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나라에서라면 나도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였다.

  이국적인 풍경, 나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 무언가 더 많은 구성원을 배려한 듯한 사회 시스템에 감탄하며 신기하고 좋기만 했던 처음 며칠이 지나자 하나 둘 그 이면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복지 국가에서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삶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트에서 출구를 못 찾는 나에게 친절히 길을 알려주며 Have a nice day! 를 외치는 여자의 밝은 얼굴. 덴마크 전통 음식점에서 혼자 밥 먹는 나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음식은 입에 맞는지 하는 친절한 인사를 건네는 할머니의 인자한 모습. 마트에서 계산하며 용기 내서 건넨 나의 인사에 쳐다보지도 않고 다음 손님을  대하기 바쁜 마트 종업원. 이른 아침 슈퍼가 문을 열기도 전에 재활용을 해서 돈을 받기 위해 빈 병을 가득 들고 줄 서 있는 사람 등등. 오고 가며 마주친 사람들은 각자의 세상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한국에서 이 자리는 진짜 내 자리가 아니야! 하고 이방인 인척 살다가 덴마크에 와서 잠시나마 완벽한 이방인의 눈으로 꿈꾸었던 나라의 사람들을 보게 되니 놀랍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방치해둔 나의 세상. 나의 자리. 나의 사람들이 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내 세상이 괜찮았음을, 그 자리에서 아등바등 사는 것이 무엇이 부족해서나 못나서가 아니었음을, 덜 불행해하고 더 자주 웃을 수 있는 곳이 내가 떠나온 그곳이었음을 깨달았다.

  마를 델 링크의 어린 남매는 꿈에서 깬 후, 꿈에서 쫓던 파랑새가 자신의 집에서 기르던 비둘기임을 깨닫게 된다. 남매의 비둘기는 내가 거부하던 나의 직장, 나의 세상과 다르지 않다. 나의 비둘기가 파랑새였음을 이제는 안다. 미지의 파랑새는 없다. No where blubird. Now here blue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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