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
난 회사 공채 입사 면접에서 당시 1차 면접 후 별도로 영어 면접을 보게 되었다.
지원 분야가 국제 업무와 무관했음에도 그때 처음으로 영어 면접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절차지만, 당시 나에게는 예상치 못한 도전이었다.
지원 동기와 각오, 그리고 지원 분야에 대한 어필은 어느 정도 준비해 갔기에 나름대로 준비한 대본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면접관이 던진 한 질문이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당신이 무인도에 혼자 살게 된다면, 가져갈 세 가지를 설명해 주세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한글로 대답해도 쉽지 않은데, 이를 영어로 설명해야 한다니.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머리를 굴려 대답을 준비했다. 비록 영어로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글로 다시 표현하면 이런 내용이었다.
"첫째, 저는 사진첩을 가져가겠습니다. 외롭게 홀로 지내는 동안 소중한 기억과 보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을 간직하면, 외로움을 견디고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둘째, 일기장을 가져가겠습니다. 힘든 시절 저를 위로했던 글들이 다시 한번 저에게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또한, 이 특별한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어쩌면 훗날 멋진 책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셋째, 공(ball)을 가져가겠습니다. 주변 지형을 활용해 골대를 만들고, 운동하며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공은 물에 뜨기 때문에 튜브처럼 활용할 수도 있고, 영화 '캐스트 어웨이'처럼 얼굴을 그려 친구처럼 지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한 탓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을까 불안했던 나는,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는 이 회사에서 일하길 간절히 원했고, 이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꿈을 이루기 직전에 무인도를 가야 한다니, 너무 슬픈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무인도에서도 반드시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제 꿈을 이룰 것입니다."
그렇게 면접을 마쳤고, 나는 합격했다.
그리고 좋든 싫든 18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 회사라는 섬에서 살아왔다.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묻는다면, 나는 어떤 것을 가져가겠다고 대답할까? 신기하게도, 그때 즉흥적으로 내뱉었던 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여전히 사진첩과 일기장, 그리고 공을 마음속에 떠올려 본다. 그 세 가지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삶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