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순간이 의미 있는 과정임을 발견하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길, 한강 라이딩 코스에는 내게 특별한 구간이 있다.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나면, 그 끝에서 잠깐의 내리막길이 펼쳐진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속도가 붙고,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불과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상쾌한 내리막을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르막을 넘어야 한다. 수십 번, 어쩌면 백 번의 페달을 밟아야만 그 짧은 보상을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인생도 그런 것일까? 내리막길에서의 자유로움을 위해 오르막길을 견뎌야만 하는 것일까?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힘든 시간을 견디면 언젠가 보상처럼 쉬운 길이 올 것이고, 그 순간을 위해 지금을 참고 견디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 맞을까?
만약 오르막길이 단순히 내리막길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그건 조금 억울한 일이 아닐까?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내리막길을 위한 오르막길이 아니라, 오르막길을 위한 내리막길일 수도 있다. 오르막길이 있어야만 내리막길의 가치를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삶도 쉬운 순간과 어려운 순간이 서로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휴가를 기다리며 지루한 일상을 버티고, 주말을 바라보며 긴 업무의 하루하루를 견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일상은 단순한 수단에 불과한 것일까? 인생을 ‘원인과 결과’, ‘수단과 목적’으로만 구분한다면, 우리 삶의 99%는 결과를 위해서만 존재해야 하는 단순한 과정일 뿐이라고 정의 내려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 과정이 의미 없는 것일까?
물론, 결과를 위한 기다림이 주는 설렘과 보상의 순간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목적지와 결과만을 위해 살아간다면, 우리의 하루하루는 단순한 준비 과정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여행에 대해 언급한다.
'여행이라는 것. 집에서 나온 순간 그 자체가 이미 여행이네.' '목적지를 향하는 과정을 포함하여 모든 순간이 여행이야. 물론 어떤 사정이 생겨 피라미드에 도착하지 못한다고 해도 여행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네.'
우리도 오르막길을 오르는 그 순간에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인생의 대부분을 더욱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때로는 내리막 없이 오르막만 계속되는 것 같은 시간도 있을 것이다.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 위에서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워지는 순간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길 위에서도 우리는 분명 배울 것이 있다. 그 길을 오르는 동안 근력이 단련되고, 숨을 고르는 법을 배우며, 더 멀리 나아갈 힘을 기를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페달을 밟으며 힘들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작은 성취감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할 짧은 내리막길을, 그 바람의 시원함을 기대하며, 그러나 그 순간만을 위해 지금을 버티지 않으려 한다.
인생의 모든 순간순간이 의미 있음을 알기에.